태풍 '차바'로 부산·울산·경남이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타워 크레인, 주차 타워 등 각종 시설이 강풍에 속절없이 붕괴됐고, 폭우에 물살이 거세지면서 지역에서 5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부산… 해안가 아수라장
5일 오전 11시께 영도구 고신대학교 기숙사 건설현장에서는 강풍에 대형 크레인이 넘어지면서 공사 인부 오 모(60) 씨가 숨졌다. 앞서 오전 10시50분께 수영구의 한 주택 2층에서는 박 모(89·여) 씨가 강풍에 아래로 떨어져 숨졌다. 오전 10시 30분께 강서구 대항동 방파제 인근에서는 선박을 점검 하던 어민 김 모(56) 씨가 물에 빠져 숨졌다.
또 이날 오전 11시 30분께에는 동구 범일동의 한 건물 뒤편에 붙은 9층짜리 주차타워가 강풍으로 넘어지면서 길 건너 건물들을 덮쳐 상가와 주택 등 8채가 피해를 입었다. 부산 전역에 걸쳐 6만100호가 정전 피해도 입었다.
해안가에 인접한 지역은 만신창이가 됐다. '조개구이 포장마차'로 유명한 영도구 감지해변 자갈마당, 해운대 청사포 등 해안 근처에 있는 시설물이 무너져내리거나 부서졌다. 특히 감천항 서방파제, 다대포항 서방파제 일부 구간도 소실됐다. 비프빌리지 등 개막을 하루 앞둔 부산국제영화제(BIFF)의 주요 시설물도 파손되면서 영화제 준비에 큰 차질이 빚어졌다. 다행히 광안대로 등 해상의 대형 교량들은 미리 통제되면서 큰 피해가 없었다.
태풍이 지나간 후에는 부산신항에 결박돼 있던 컨테이너 운반을 위해 트레일러가 한꺼번에 몰려들면서 일대 도로가 심각한 정체를 겪었다. 퇴근 시간과 작업 재개 시간이 맞물리면서 주변 도로 전체가 정체돼 주차장을 방불케 했다.
■울산… 역대 최대 물 폭탄
울산은 시간당 최대 139㎜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거의 '초토화'됐다. 이날 오전 0시 30분부터 오후 1시 58분까지 총 266㎜(기상대 기준)의 비가 내렸다. 특히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104.2㎜의 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강수량으로 보면 관측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대표값은 아니지만 북구 매곡의 경우 시간당 139㎜의 비가 퍼부었다.
이때문에 울산 전체가 큰 물난리를 겪으면서 인명 피해와 함께 차량 침수 등 피해가 속출했다. 5일 낮 12시 10분 울주군에서 소방대원 강 모 씨가 구조작업을 하다 물살에 휩쓸려 실종됐다. 이어 오후 1시 10분께 울주군 언양읍에서 최 모(61) 씨가 폭우에 휩쓸려 숨졌다. 태화강은 한 때 홍수 경보까지 발령됐고, 현대차 울산 2공장은 침수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경남 거제에서는 4만 7000여 가구가 정전 사태로 전기 공급이 한때 중단됐고, 대우조선도 정전 직후 조업 중단 결정을 내리고 직원들을 조기 퇴근시켰다.
■차량 침수 피해 1400건 넘어
강풍과 폭우로 부산·울산·경남·제주지역에 차량 피해도 속출했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까지 6개 주요 손해보험사들에 접수된 차량 침수·파손 피해는 1천432건으로 집계됐다. 유형별로는 침수가 801건, 파손은 631건이었다. 이에 따른 손해액은 약 10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사회부·지역사회부·경제부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