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현지시각)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며 내년 유럽 주요 국가에서 열릴 각종 선거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트럼프는 이번 대선을 앞두고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과 백인 저소득층에 분노를 업고 당선됐다. 이와 함께 프랑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에서 포퓰리즘 정당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세계의 흐름이 포퓰리즘으로 가고 있음을 증명했다.
지난 6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가 경고음이었다. 기존 체제에 불만을 가졌지만 여론조사에서는 숨었던 표심들이 투표소에서 터져나왔던 것이다.
영국은 EU에서 가장 부유한 편에 속하는 국가지만 계속 EU에 남아 있으면 경제가 어려운 국가의 이민자를 계속 받아줘야하고, 그렇게 되면 영국민들이 누릴 복지혜택이 축소될 것이라는 대중의 두려움이 운명을 결정했다.
때문에 난민·테러 등의 위기를 목전에 둔 지금 포퓰리즘을 내세우는 극우 정당이 큰 위세를 떨치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이민자들이 프랑스인의 직업을 빼앗고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킨다고 주장하는 국민전선(FN)이 2014년 5월 치러진 유럽의회 선거에서 제 1당에 오른 후 각종 선거에서도 선전 중이다.
마린 르펜 국민전선 대표는 각종 설문조사 결과 내년 1차 대선 투표에서 1,2위를 다투고 있다. 다만 차와 결선 투표 두 번에 걸쳐 시행되는 프랑스 선거 특성상 대통령 당선은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통령에 당선되지는 않더라도 대선에서 선전한다면 유럽 극우정당의 집권 가능성을 보여주는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치 독일의 어두운 역사 때문에 극우 정당이 얼굴을 내밀기 어려웠던 독일에서도 변화가 감지된다. 독일의 반유로·반이슬람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은 2013년 2월 창당한 이래 3년여 만에 전국 16개 주의회 가운데 수도 베를린을 포함한 10개 주 입성에 성공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4기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임 가능성도 큰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지난해 100만 명이 넘는 난민이 유입되면서 난민 문제를 두고 독일 여론이 분열된 상황이라 난민 수용에 앞장선 메르켈 총리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
다음 달 4일 대통령선거 재투표를 앞둔 오스트리아에서는 반이민, 반난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운 자유당의 노르베르트 호퍼 후보가 뽑힐 가능성이 높다. 만약 호퍼가 당선된다면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유럽에서 처음으로 극우 정치인이 지도자가 되는 것이다.
오스트리아 대선이 열리는 날 이탈리아에서는 마테오 렌치 총리의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시행된다. 현재로서는 반대가 우세에 총선이 치러진다면 렌치 내각이 실각하고 포퓰리즘 정당인 제 1야당 오성 운동이 정권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스페인에서는 작년 12월과 6월 치러진 두 차례 총선에서 반(反) 긴축 극좌정당인 포데모스(Podemos)가 제3당으로 부상하면서 양당 체제를 흔들었다.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마약과 전쟁을 선포하고 '공포정치'를 펼치는 필리핀의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일으킨 '돌풍'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김상혁 기자 sunny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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