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의혹과 관련해 6일 열린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서는 국민들의 속을 시원하게 뚫어줄 명쾌한 답변은 기대했던 만큼 나오지 않고 있다. 반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집중 추궁하며 '전경련' 활동 중단 등을 이끌어낸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은 이번 청문회의 스타로 떠올랐다.
이날 하 의원은 기업 간의 정경유착을 끊어야 한다며 공정하고 깨끗한 사회의 구현을 외쳤다.
하 의원은 "오늘 청문회에 1988년 5공 청문회 때 나온 분들의 자제 6명이 있다"며 이를 두고 "정경유착이 이어져 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 의원이 언급한 기업 총수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건희 전 회장의 아들), 정몽구 현대차 회장(정주영 전 회장의 아들), 구본무 LG회장(구자경 전 회장의 아들), 최태원 SK회장(최종현 전 회장의 아들), 조양호 한진회장(조중훈 전 회장의 아들), 신동빈 롯데회장(신격호 전 회장의 아들) 등이다.
그는 이어서 "우리 자식들한테까지 정경유착의 고리를 세습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단순히 '잘못했습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는 자리가 돼서는 안된다"며 "5천만 국민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희망이 나올 수 있느냐, 구시대의 잔재를 청산하고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느냐는 마음으로 TV를 보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 부회장에게 "정경유착으로 성공한 습관에 안주해 이제는 최순실의 부역자가 됐다"면서 "이재용 증인은 전경련 해체에 앞장서고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해 달라"고 촉구했다.
하 의원의 날카롭고 명쾌한 주장에 대해 이 부회장은 잠시 말문이 막힌 듯 했지만 이내 "그러겠다"고 답했다.
하 의원은 "미국에는 전경련 같은 조직이 없다, 다른 싱크탱크를 만들거나 소외된 이웃을 돕기 위한 재단을 만들어 기부하라"고 덧붙였다.
하 의원은 여당 쪽 인물이지만 이날 청문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현 시국을 만든 원인을 제공했다는 책임감과 반성어린 태도를 나타냈다.
그는 이 부회장이 최순실이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라는 사실을 몰랐다고 하자 "나도 최순실의 존재를 몰랐지만 새누리당이라 죄인이다, 집권 여당으로서 그걸 몰랐다는 게 죄다, 최순실 관련 사태를 미연에 방지 못했던 무한한 책임이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하 의원을 비롯한 여러 의원들의 질문 세례를 받았던 이 부회장은 대부분의 질의에 대해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 송구스럽다"라는 말로 일관했다. 하지만 하 의원은 이 부회장으로부터 사실상의 '전경련 해체' 약속을 받아내며 자칫 성과 없는 청문회로 끝날뻔한 상황을 막았다.
하 의원은 지난 5월부터 제20대 국회의원(부산 해운대구갑)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새누리당 부산시당 혁신위원회 혁신위원장을 맡고있다. 또 국회전반기 환경노동위원회 간사, 국회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위원, 국회 가습기살균제국정조사특별위원회 위원을 겸임하고 있다.
주요활동으로는 2013년 6월 페이스북에 "만약 국정원 직원이 명예를 가장 소중하게 생각한다면 이 나라는 개판이 될 것이다"라면서 "국정원이 정치적 이익을 위해 기밀문서를 야당에 넘기고 조직의 명예를 국가 안보보다 중시하는 것이 개탄스럽다"며 국정원 개혁을 주장한 바 있다.
김상록 기자 srkim@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