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 때 8㎏이나 살을 찌웠는데 다시 빠졌어요."
지난 2003년 MBC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입문한 배우 김남길(36).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 '판도라' 촬영 당시를 떠올리며 이렇듯 '고무풍선' 같았던 몸매로 말문을 열었다. 물론 지금이야 본래 날렵한 모습으로 돌아왔지만 극중 그는 살이 오른 수더분한 모습으로 나온다. 그와 마주 앉자 영화 엔딩신 때문에 시나리오를 선택한 것부터 현 시국을 꼬집는 멘트까지 마치 봇물 터지듯 이야기가 한보따리 펼쳐졌다. 도회적 이미지를 벗은 '인간 김남길'을 만나봤다.
동네 형 같은 원전 직원 역 맡아
가족 위한 '소시민 영웅' 캐릭터
"최근의 정국 상황과도 유사,
작품 속 이야기가 현실 될 수도"
■소시민의 영웅 그리다
7일 개봉한 영화 '판도라'는 강진에 이어 발생한 폭발사고로 한반도가 최악의 '원전 재난'에 휩싸이는 이야기를 긴박하게 그린다. 원전 폭발로 인한 최악의 재난을 막기 위해 목숨 걸고 고군분투하는 소시민의 스토리다. "시나리오를 보고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는 그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는 말도 거침없이 쏟아냈다.
"제가 맡은 재혁은 원전 직원으로 철없어 보이지만 믿음직스러운 청년이에요. 사고 이후 머릿속엔 늘 마을을 떠날 생각으로 가득하죠. 둘째인데다 성격이 츤데레(표현을 잘하지 않고 조용히 챙겨주는 성격)지만 가족을 위해 모든 걸 내던져요. 재혁이 사투를 벌이는 과정에서 가족을 위해 극한 상황까지 가는데 약 15분간의 엔딩신이 저를 홀딱 반하게 했어요. 재혁은 겉으로는 '소시민의 영웅' 캐릭터인데 영웅 되길 원하는 인물이 아니라, 가족을 위해 영웅이 될 수밖에 없는 캐릭터죠."
그러면서 그는 이 작품이 요즘 정국 상황과도 비슷하다고 귀띔한다. 극중 정부가 무능해 생긴 원전사고를 소시민 재혁이 수습하러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잘못은 즈그들(정부)이 해놓고 왜 그 수습을 우리가 하러 가야 하냔 말이다."
■가상이었던 지진, 현실이 되다
시나리오에서 후반작업까지 약 4년의 제작기간 동안 '지진'은 그의 피부로 와닿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지난 9월 경주 지진이 현실로 나타나자 무서웠다고 했다. "영화를 촬영할 때까지만 해도 지진과 원전사고가 이렇게까지 무섭다고 느껴지지 않았어요. '아,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는데 막상 지진을 직접 느끼고 제 주변에서 '지진 트라우마'까지 겪는 사람들을 보니까 영화를 지금 이 시점에 개봉해도 되나 싶더라고요. 정부와 국민들의 안전불감증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우려고 만든 이 작품이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소름이 돋았어요."
영화 '판도라' 중 한 장면. BS투데이 박찬하 기자·NEW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