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가 SK에 펜싱 지원을 요구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12일 시사인은 코어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 내부 자료를 인용해 지난 2015년 8월 만들어진 ‘홈페이지’라는 제목의 12쪽짜리 문건에 SK가 등장한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해당 문건에는 ‘마케팅-종목:승마 펜싱, 선수:승마 펜싱, 후원사:삼성 SK, 이벤트:대회 개최’ 등 삼성과 SK가 등장한다. 앞서 삼성은 최씨의 요구로 승마에 지원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이 문건을 작성한 당시 코어스포츠 부장 노승일씨는 “코어스포츠를 만들 때 최순실씨의 초기 구상이 승마는 삼성, 펜싱은 SK가 후원하는 것이었다. 후원사를 그렇게 써놓은 건 당연히 회장의 지시를 받았기 때문이다”며 “이 구상 가운데 승마 부분만 진행되었다”라고 말했다. 코어스포츠가 만들어진 지난 2015년부터 지금까지 대한승마협회 회장사는 삼성전자, 대한펜싱협회 회장사는 SK텔레콤이다.
최태원 SK 회장은 2015년 8·15 광복절 특사로 대통령 특별사면·복권을 받아 출소했다. 시사인은 최 회장의 출소 이후인 2016년 2월 박근혜 대통령과 최태원 회장의 독대를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현식 전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의 말을 인용해 “당시 ‘회장(최순실)’의 전화를 받았다. 이야기가 되었으니 SK에 가서 만나보라는 취지였다”고 전했다.
지난해 2월에는 정현식 당시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과 박헌영 K스포츠재단 과장이 박영춘 SK 전무를 만났다. 이 자리에서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최순실씨의 지시대로 재단이 아닌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로 80억원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했다.
SK는 재단이 아닌 일반 회사로 돈을 보낼 수 없다는 결정을 내려 SK의 비덱스포츠 지원은 무산되었다. 대신 K스포츠재단에 30억원 추가 출연을 약속했지만 최순실씨의 지시로 이마저도 없던 일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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