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야금술 창업 캠프] 무박3일의 창의력 '배틀', 창업 아이템 '금맥'을 캐다
입력 : 2017-02-23 19:12:55 수정 : 2017-02-26 11:31:30
부산 해운대 부산문화콘텐츠콤플렉스 5층 복합공간에서 열린 무박 3일 아이디어 야금술 창업 캠프의 한 참가자가 자신이 속한 조에서 정리한 창업 아이템을 설명하고 있다. 마이페이지 제공미국 서부영화를 보면 계곡이나 강에서 사금을 채취하는 장면이 더러 나온다. 모래에서 금이나 은 등 귀한 금속이나 보석을 채취하여 가공하는 것이 '야금술'. 그런데 이런 야금술의 과정을 활용해 아이디어를 채취하는 '아이디어 야금술 창업 캠프'가 열렸다. 지난 10일부터 12일까지 꼬박 사흘간 밤잠 제대로 안 자고 캐낸 덕분인지 꽤 괜찮은 창업 아이디어가 나왔다. 콘텐츠 창작 지원 센터인 부산 콘텐츠코리아 랩이 주최하고 청년 창업기업 '마이페이지'가 진행한 행사다.
부산 콘텐츠코리아 랩
SNS를 통해 청년 25명 모집
5개 팀으로 나눠 사흘간 합숙
손금·타로로 마음 터놓으니
참신한 아이디어 쏟아져
■낯가림 트기 좋은 손금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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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 망토를 입고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이상원 씨. 마이페이지 제공 |
처음 만나는 사람은 누구나 서먹한 법. 어색함은 상대에 대한 경계가 되고, 그렇다면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말하지 않는다. 이런 상태가 지속할수록 그 모임은 힘들어진다. 물론 오랜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지만, 아이디어 추출을 위해 창업 캠프에 모인 이들에겐 시간이 별로 없다. 야금술 진행 사회를 맡은 김민성(27) 마이페이지 대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손금보는 법을 일부러 배웠다. 그리고 캠프에 참여한 25명에게 서로 손금을 보아주도록 했다.
상대방의 손금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얼굴을 익혔고, 타로를 이용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하면서 닫았던 말문을 술술 열었다. 타로 스토리텔링은 같은 자리에 앉은 사람이 순차적으로 한 장의 카드를 꺼내 그 카드에 맞는 짧은 이야기를 지어내는 방식. 카드 이미지를 보고 이야기를 만드는데 다음 사람이 이야기를 엉뚱한 방향으로 끌고 가면 복잡해진다. 요정 이미지가 나와 요정이 날아오른다고 했는데 다음 사람의 카드 이미지가 연못이면 갑자기 요정이 물에 빠지고, 그다음엔 왕이 나오면 이야기는 이제 엉뚱하게 산으로 간다. 이 과정에서 상대의 생각을 읽고 배려하는 발언 훈련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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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 조별로 생산한 창업 아이템인 캔석세스. |
야금술 창업 캠프 참가자는 SNS 망을 이용해 모집했다. 일주일 계획을 잡았으나 불과 사흘 만에 정원을 훨씬 넘은 60명이 신청했다. 그래서 홍보를 굳이 더 할 필요가 없어 소극 모드로 돌아섰다. 학생, 휴학생, 창업 실패자, 경찰관 출신 등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이 참가했다. 이들 중에서 사전 면접을 거쳐 25명만 뽑아야 했다. 경쟁이 치열했다.
■멘토? 절대 아닙니다 FT죠
'철강맨'이라고 자기를 소개한 이상원(27) 씨는 캠프 참가자 합격 통보를 받았을 때 "취업을 한 것처럼 뛸 듯이 기뻤다"고 말했다. 그다음엔 걱정이 몰려왔다. "가서 잘할 수 있을까.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등의 고민이 줄을 이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지금은 아버지의 철강 사업을 도와주고 있는 상태. 하지만 보란 듯이 번듯한 창업을 하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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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T |
그런데 이 씨의 걱정을 씻어준 것은 예비 참가자 심층 면접 때부터였다. 사전 심층 면담에서 주최 측은 참가자의 색깔을 분석하기 위해 '이너보이스' 프로그램을 활용했다. 김 대표와 함께 행사 진행을 한 이민경(24) 기획팀장은 "이너보이스는 마인드맵과 색채 심리학을 통해 상대를 이해하는 방식인데 야금술 첫날에도 이 프로그램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런 방식의 교유를 통해 참가자와 진행자는 서로의 고민을 조금씩 알아가기 시작한 것이다.
25명의 참가자는 모두 5개 팀으로 나눴다. 팀 이름은 해리 포터 영화에 나오는 명칭을 가져왔다. '볼트모트' '후플푸프' '그리핀도르' '레빈클로' '슬리데린' 등이다. 각 팀에는 특이한 인물 한 명씩을 배치했다. 퍼실리테이터(FT·Facilitator·중재자)다. 참가자들은 1일 차 오후 6시부터 밤을 새웠고, 2일 차엔 오전 9시부터 아이디어를 찾았다. FT 김윤서(23) 씨는 이때 본격적으로 활약했다.
"FT가 멘토와 다른 점은 가르치려 하지 않는 것이죠. 소모임 안에서 모두의 이야기를 듣고 연결하는 사람입니다." 김 씨 등 다섯 명은 명료하게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다.
■아이디어 '반짝' 노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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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통 |
창업 상상력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첫날은 몸풀기였다면 둘째 날은 아이디어 채취와 융합이다. 다양한 아이디어는 전문가를 만나면서 더 깊어지고 풍부해졌다. 상상력을 자극하기 위해 창업진흥원 설병문 교수, 허주일 발명가, 로아팩토리 이영준 대표 등이 멘토가 되었다. 이른바 생각을 잇는 '상상브릿지'가 시작된 것이다.
정제된 아이디어는 자꾸 새 제품만 만들 것이 아니라 기존 쓰레기통을 제대로 활용하자는 레번클로 팀의 '쓰통'과 식당이나 호텔 예약 취소 손해를 줄여보자는 볼트모트 팀의 '캔석세스(캔슬을 취소한다는 조어)', 귀농을 돕는 후플푸프 팀의 '농홀', 이동식 공방을 해보자는 그린핀도르 팀의 '달려가는 낭만공작소', 가상현실(VR) 공유 플랫폼 '모멘T'까지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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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려가는 낭만공작소. |
자기의 생각을 제대로 발표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정제하는 과정이 3일 차 내내 이어졌다. 아이디어는 발표하기 좋게 PPT(파워포인트)로 제작했다. 만화가 참가자는 만화를 그려 더 보기 좋게 했다. '창의적인 수다'를 통해 아이디어를 풍부하게 했고, 멘토들이 팀별로 참여해 창업 실행 계획까지 짜 보았다. 드디어 발표 시간. 대상은 예약 취소 낭비를 줄이자는 볼트모트 팀의 '캔석세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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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홀 |
발표했던 철강맨 이 씨는 "열정만 갖고 오라고 해서 왔고, 야금술을 하며 굳은 머리가 풀렸으며, 팀의 아이디어가 금방 창업할 정도로 좋아 대상을 받았다"며 자랑했다. FT로 참여한 정진하(26)씨는 "야금술은 백지에서 아이디어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일반 창업 캠프와 구분된다"며 "열린 마음으로 하는 보물(아이디어)찾기"라고 정의했다.
오는 25~26일엔 참가자 전원과 기장군으로 MT를 간다던 김 대표가 "굳은 머리 풀려면 기자님도 오시죠"하고 젊은 기운을 훅 불어주었다.
이재희 기자 jae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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