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조차 처음 영화 '싱글라이더' 시나리오를 읽을 때 충격 반전은 늦게 알아챘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1991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올해로 연기경력 27년차 배우 이병헌(47). 그 오랜 세월 동안 다양한 작품을 한 그도 시나리오를 보면 여전히 설레고 꼭 하고 싶은 캐릭터가 있다. 영화 ‘싱글라이더’(감독 이주영)가 그랬다. 이 영화는 증권회사 지점장으로 안정된 삶을 살던 가장, 강재훈이 부실 채권사건 이후 가족을 찾아 호주로 사라지면서 충격적 비밀을 만나는 이야기. 장르가 드라마인 이 작품은 빼어난 감성과 유려한 영상이 인상적이다.
■ 크지 않은 영화 출연은 왜?
이병헌은 극중 모든 것을 잃고 사라진 가장, 재훈을 맡아 대사를 최소화하고 섬세한 표정이나 눈빛 연기로 관객 마음을 움직인다. 전작 ‘내부자들’과 ‘마스터’에서 보여준 센 이미지를 벗고 짙은 감성 연기를 선보인다.
“처음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아! 내가 이런 감성적인 영화를 좋아했었지’라는 생각이 들어 출연을 결정했어요. 요즘 작가나 감독들이 범죄영화 책(시나리오)들을 워낙 잘 써서 ‘내부자들’이나 ‘마스터’ 같은 작품에 출연하는 동안 내가 감성영화를 좋아한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던 거죠. ‘싱글라이더’는 한 남자의 심리와 감정을 끝까지 쫓아가요. 미세한 감정 변화나 대사로 표현할 수 없는 미묘한 표정 등 배우라면 꼭 해보고 싶은 캐릭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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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싱글라이더'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 반전이 대체 뭐기에
영화 ‘식스센스’급의 충격 반전이 ‘싱글라이더’의 관람포인트로, 충무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스포일러를 유출하면 안 되는 상황임에도 이병헌은 인터뷰 내내 작품 속 이야기들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관객들에게 충격적으로 다가올 장면이 나오죠. 저조차도 시나리오를 보면서 충격적 사실을 끝까지 모르고 있다가 후반, 배우 소희의 ‘그 장면’에서 알게 됐어요. 그 이전에는 계속 등장하는 복선들에서 그 비밀을 알 수도 있었는데 주인공인 나조차도 전혀 몰랐다가 막판 소희 등장신에서 알았어요. 하하. 다른 관객들은 어떤 장면에서 충격 비밀을 눈치 챘는지 궁금해요. 눈치 빠른 관객들은 좀 더 앞부분에서 느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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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헌이 '싱글라이더'에서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한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
■ 하정우와 ‘싱글라이더’의 관계
후반 나오는 충격 반전 외에도 ‘싱글라이더’에는 흥미로운 점이 하나 더 있다. 제작사 퍼펙트스톰 대표가 배우 하정우라는 점이다. 이에 대해 이병헌은 “하정우는 ‘하정우’더라. 연기는 기본이고 영화 연출에 그림 그리기, 이젠 제작자까지. 바쁘게 사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고 칭찬했다.
이병헌 소속사 BH엔터테인먼트 역시 이 작품의 공동제작에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처음 손석우 대표가 ‘싱글라이더’ 공동제작을 한다고 했을 때 ‘왜?’라고 생각했어요. ‘광해, 왕이 된 남자’ 같은 상업영화들에 공동제작을 한다고 나서는 게 아니라 다양성이 돋보이는 작품 제작에 참여한다고 해서 놀란 거죠. 우린 원래 제작사가 아닌 소속사인데 손 대표의 그런 마인드가 좋았어요.”
마지막으로 그는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동시에 자부심을 드러냈다. “완전한 상업영화보다는 ‘싱글라이더’처럼 호불호가 갈리더라도 누군가에겐 인생영화가 되는 작품이 더 좋아요.”
홍정원 기자 ma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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