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AOA가 데뷔 6년만에 첫 단독 콘서트를 열고 2,500명의 팬들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음악 방송이 아닌 단독 공연에서만 볼 수 있는 다채로운 무대로 각자의 개성과 매력을 한껏 살렸다.
AOA 콘서트 'ACE OF ANGELS'가 1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펼쳐졌다.
멤버들의 어린 시절부터 현재 모습이 담긴 오프닝 영상이 나오자 팬들의 야광봉이 힘차게 흔들렸다. 이어 첫 번째 정규 앨범 타이틀곡 'Excuse Me' 무대로 본격적인 공연이 시작됐다. 맨 앞에서 선 채로 콘서트를 관람한 남성팬들은 다섯 번째 싱글앨범 수록곡 '짧은 치마'가 나올 때 엄청난 함성으로 멤버들의 이름을 외쳤다.
AOA는 지난 2012년 데뷔 후 '짧은 치마', '심쿵해', '단발머리', '사뿐사뿐' 등의 곡으로 국내와 해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팬들과 만나는 콘서트를 개최하기까지는 제법 긴 시간이 걸렸다. 이에 멤버들은 첫 번째 공연에서 오는 설레임과 기쁨을 팬들 앞에서 표현했다.
유나는 "데뷔하고 나서 가장 떨린다"고 했다. 설현은 "너무 긴장돼서 표정이 굳으면 어쩌나 했는데 팬들을 직접 보니까 웃음이 저절로 난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콘셉트를 '첩보 탐정'이라고 소개한 지민은 여러분들의 마음을 뺏으러 가겠다며 관객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2014년 '짧은치마'의 성공 이후 승승장구 했던 AOA는 지난해 한 차례 위기를 맞기도 했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지민과 설현이 독립운동가 안중근이 누군지 모르는 모습이 전파를 타며 역사 의식부재 논란을 일으켰다.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이들은 곧바로 사과를 했으나, 비난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았고 이후 발표한 'GOOD LUCK'은 기대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지만 AOA는 계속해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팬들의 마음을 조금씩 돌렸고 콘서트까지 개최하면서 건재함을 과시했다. 공연장 앞에는 첫 콘서트를 축하하는 팬들의 메시지가 적힌 판넬과 함께 해외 각지에서 온 선물들이 AOA에게 힘을 실어줬다.
이에 보답하듯 멤버들은 무대 중간 중간에 나온 영상을 통해 관객들에게 직접 말을 거는 듯한 연출을 꾸몄다. 늘 힘을 주는 팬들과 소통하려는 시도가 돋보였다. 또 이날 공연에는 10~20대 남성팬들 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 관객들도 다수 참여하는 등 AOA의 폭 넓은 팬층을 엿볼 수 있었다.
아이돌 그룹 콘서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멤버들의 개인 무대다. AOA 역시 다양한 콘셉트가 담긴 솔로 공연을 선보였다. 먼저 찬미, 혜정, 민아는 평소 볼 수 없었던 모습으로 관객들을 열광시켰다. 찬미는 강렬한 랩과 퍼포먼스로 '걸크러쉬' 매력을 뽐냈고 민아는 '24시간이 모자라' 댄스를 재현했다. 혜정은 발라드 '꿈처럼'으로 안정적인 노래를 선보였다. 이번 콘서트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한 것이 느껴진 순간이었다.
솔로 무대의 포문을 연 찬미는 땀을 비오듯 흘리면서 "생각보다 정말 떨렸지만 엘비스 여러분들이 환호를 보내준 덕분에 힘을 내서 마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평소 귀여운 이미지를 주로 나타냈던 민아는 " 섹시한 분위기를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약간 아줌마처럼 보인 것 같다"며 부끄러워 했다.
설현은 비욘세의 히트곡 리믹스로 분위기를 달궜다. 빨간색 조명과 어우러진 그의 과감한 안무와 눈빛은 공연장에 모인 이들의 숨을 죽였다. 초아 역시 성숙한 매력으로 섹시함을 어필했다.
유나와 지민은 '도깨비' OST 'BEAUTIFUL', 자작곡 'HEY'를 부르며 가창력과 랩 실력을 뽐냈다. 특히 지난 1월 발매한 'EXCUSE ME' 활동 당시 다리를 다쳤던 유나는 부상 후유증을 털어내고 훌륭한 무대를 선사했다.
AOA는 자신들의 히트곡과 개인 공연 외에도 빅뱅의 '뱅뱅뱅' 을 비롯한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곡까지 부르며 폭 넓은 색깔을 보여줬다.
공연 막바지 'WITH ELVIS'가 흐르자 관객들은 '약속할게 늘 지금처럼'이라는 글씨가 적힌 피켓을 들고 AOA와 영원히 함께 할 것을 다짐했다. 이때 꽃가루가 흩날리며 아름다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WITH ELVIS'는 팬들을 생각하는 AOA의 마음을 표현한 곡이다. 설현은 콘서트가 끝날 때가 되자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찬미는 "직접 보니까 더 감동적인것 같다"고 뭉클해했다.
초아는 "공연에 많은 분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어서 처음에는 콘서트를 하지 말자고 했다"며 "먼 곳에서도 와주신 분들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감사드린다"고 했다. 민아는 "열심히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 실수를 많이 했다. 그래도 여러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지민은 "소중한 분들과 함께 한 시간이라서 너무 좋았다. 앞으로 더욱 열심히 하는 AOA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심쿵해'가 흐르면서 AOA의 첫 번째 콘서트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좌절과 성공을 거치며 성장한 AOA의 변함없는 활약을 기대해본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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