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의 `옥자'의 언론시사회와 기자회견, 공식상영까지 마무리되자 화제는 홍상수 감독의 초청작 두 편으로 이어졌다. 홍 감독이 선보인 두 편의 영화에는 흥미롭게도 반응이 엇갈렸다.
먼저, 스페셜 스크리닝 섹션에 초청된 `클레어의 카메라'는 작년 칸영화제 기간에 칸영화제를 배경으로 촬영된 작품이다.
1년 만에 다시 이 곳에 돌아와 세계 영화인들의 이목 속에 상영하게 되었으니 금의환향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영화는 여러 모로 빈약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칸영화제가 오랫동안 주목해온 감독 홍상수, 그와 가까운 프랑스의 국민 배우 이자벨 위페르, 감독의 연인이자 베를린 영화제의 히로인이 된 김민희 등 영화 외적인 화제성이 없었다면 과연 이 작품이 초청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클레어의 카메라'는 영화사 직원인 `만희'(김민희)가 영화제 기간에 갑자기 해고된 후, 우연히 만난 프랑스 교사 `클레어'(이자벨 위페르)와 친구가 되는 이야기다. 만희에게 반한 후, 오랫동안 관계를 가져온 영화사 대표(장미희)에게 이별을 통보하는 중견 감독(정진영) 캐릭터에도 자전적 요소가 담겨 있지만, 폴라로이드 카메라로 인물 사진을 찍는 클레어는 홍상수 자신이 왜 영화를 끊임없이 만드는지 예술가로서의 시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클레어가 만희를 볼 때마다 사진을 찍고 싶어 하는 욕망은 감독 자신의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클레어는 가끔 작곡을 한다는 만희에게 당신도 예술가라고 말한다. `밤의 해변에서 혼자'의 여우주연상 수상으로 확인했듯 자신의 뮤즈까지 예술가로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은 감독의 놀라운 재능이다.
다만, 이런 이야기들을 담아내기에 `클레어의 카메라'는 20년 동안 주목받아온 거장이 내놓은 작품이라기에 습작의 느낌이 강하다.
그러나 22일(현지시각) 오후에 공식 상영회를 가졌던 경쟁부문 진출작, `그 후'에는 긴 박수세례와 찬사가 쏟아졌다. 이 작품은 젊은 직원 `창숙'(김새벽)과 바람을 피우는 출판사 사장 `봉원'(권해효)의 연애담과 후일담을 그리고 있다. 사장의 아내(조윤희)가 창숙의 후임으로 처음 출근한 `아름'(김민희)을 남편의 내연녀로 오해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같은 날, 창숙과 봉원이 재회한다.
후반부 봉원, 창숙, 아름이 함께 술을 마시는 장면은 무척 흥미진진한데, 대사 하나 하나에는 홍상수 특유의 위트가 반짝이고 영리한 배우들은 그 대사를 모두 감칠 맛 나게 소화해냈다. 여기에 흑백 영상으로 묘사한 겨울의 풍경, 재배치된 시간 등의 특징은 홍상수 필모그래피의 앞자락에 있는 `오! 수정'(2000)의 감수성까지 소환한다.
때로는 처절하고 때로는 당황스럽고 때로는 수치스러운 연애담이야말로 그가 가장 맛깔스럽게 표현해내는 것 중 하나임을 상기시키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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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상수 감독과 배우 김민희가 칸영화제 공식 상영에 앞서 레드카펫을 걷는 모습이 뤼미에르 극장의 대형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
칸(프랑스)=윤성은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