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45)은 카멜레온 같다. 대통령부터 마에스트로, 장군에 이르기까지 맡는 배역마다 '맞춤옷'을 입은 것처럼 소화해낸다. 오는 15일 개봉하는 영화 ‘하루’에서도 그렇다.
조선호 감독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에서 그는 매일 눈을 뜨면 딸이 교통사고를 당하기 2시간 전의 상황을 반복하는 아버지 준영으로 변신했다. 그야말로 ‘생지옥’같은 시간 속에 갇힌 준영은 딸을 살리기 위해 방법을 바꿔가며 노력하지만 그럴수록 상황은 더 처참하고 비극적으로 흘러간다.
김명민은 서울 모처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이른바 '타임 루프' 소재에 처음으로 도전한 소감을 밝혔다. 앞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같은 장면을 반복 촬영한 것을 언급하며 “말그대로 지옥 같았다”고 말해 화제가 됐던 바. 당시 상황을 좀 더 이야기 해달라는 질문에 “웬만한 오지에서 촬영을 해도 이것보단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한다.
“인천 박문여고 앞에서의 촬영은 잊을 수가 없어요. 소재 특성 상 같은 걸 반복해서 촬영을 해야 하는데 당시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갔거든요. 더운데 그늘도 없었어요. 지나다니는 차들은 물론 여고 앞인데 여고생들도 없더라고요. 그래서 더 힘들었어요. 이 소재는 한 번 해 봤으니 이젠 다른 걸 해보고 싶어요.”
같은 장면을 계속 반복해 촬영해야 하는 부담감에 ‘폐쇄 공포증’을 앓기도 했다고. 박문여고 사거리를 비롯해 공항, 주차장 등 같은 장소에서 반복해 촬영하면서 몇날 며칠을 지내다 보니 너무 답답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눈앞에서 딸이 죽는 장면을 계속 반복해서 봐야하는 것도 힘들었던 것들 중 하나였다”고 털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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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명민이 영화 `하루`에서 같은 시간이 반복되는 남자 준영으로 변신한다. CGV 아트하우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