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군함도' 출연진과 류승완 감독. 박찬하 기자상반기 기대작으로 꼽히는 영화 '군함도'가 베일을 벗었다.
'군함도' 제작보고회가 15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열렸다. 류승완 감독부터 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등 환상의 라인업을 자랑하는 '군함도' 팀은 흥행과 작품성을 모두 잡고자 한다.
이 작품은 일제 강점기, 군함도에 강제 징용된 후 목숨을 걸고 탈출을 시도하는 조선인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영화 속 배경인 군함도는 태평양 전쟁 이후 1940년부터 1945년까지 수 많은 사람들이 끌려간 곳으로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릴 만큼 악명이 높다. 제작진은 역사적 현장을 실감나게 구현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류 감독은 "실제로 군함도를 다녀오고 나니까 어떻게든 그 곳을 사실적으로 재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그때 받은 느낌이 연기자들한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가짜처럼 보일것 같았다"고 했다. 이어 "군함도라는 섬의 디테일한 면들을 고증작업을 통해 최대한 재현하려고 했다. 시대적 배경과 공간적 설정을 사실과 가깝게 묘사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영화가 만들어낼 수 있는 최대치에 도전했다. 관객들에게 자신있게 보여줄 수 있을만한 결과물을 만들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영화를 다큐멘터리적인 느낌으로 만들려고 한 것은 아니다"며 "영화가 주는 서스펜스와 긴장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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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류승완 감독. 박찬하 기자 |
'베테랑'으로 천만 관객의 신화를 쏜 류 감독과 '태양의 후예'를 통해 주가를 올린 송중기의 만남은 '군함도' 개봉 전부터 많은 기대를 일으켰다. 여기에 류 감독과 세 번째로 호흡을 맞춘 황정민을 비롯해 소지섭, 이정현 등 탄탄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송중기는 "캐릭터 자체의 무게감보다는 소재가 주는 압박감이 더 컸다"며 "힘든 상황에 놓인 인간의 감정에 본능적으로 몰입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또 "최고의 스태프들과 작업을 했다는 것 자체가 값진 경험이었고, 군 제대 후 처음 출연하는 영화인만큼 '군함도'는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이라고 했다.
류 감독은 "송중기한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는 작품이 아니라서 섭외 요청에 응할까 걱정을 했는데 예상외로 흔쾌히 출연 결정을 내려줬다, 지금 생각해보면 운이 좋았다"고 떠올렸다. 그는 송중기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우직하다 못해 촌스러웠다, 감독과 만나면 어느 정도 꾸밀 법도 한데 그런 게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송중기는 "나도 류승완 감독이 촌스러워서 좋았다"며 웃음을 자아냈다.
류 감독의 '부당거래', '베테랑'에 출연한 황정민은 "류승완 감독의 '페르소나'가 아니냐"는 MC 박경림의 물음에 "이제 그만할 때가 됐다"고 농담을 던졌다. 그는 "이렇게 큰 작품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사실 배우들한테 힘든 내색을 하지 않는 사람이다"고 류 감독의 스타일을 언급했다.
소지섭은 류 감독의 작품이라는 사실을 듣고 시나리오를 보지도 않고 출연 결정을 했다고 말할 정도로 무한한 신뢰를 나타냈다. '군함도' 촬영을 위해 체중을 36kg까지 감량한 이정현은 배우들과 모든 것을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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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송중기. 박찬하 기자 |
류 감독은 "현장 분위기가 무겁고, 배우들이 화면에 잘 안 잡히는 경우도 많았다"며 "모두 스타들인데 힘든 내색 없이 잘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또 "우리 영화를 보면 카메라 뒤에서 얼굴이 잘 보이지 않는 출연자들도 정말 몰입해서 연기를 한다. 내가 그런 현장에 있었다는 것이 감사하다"며 "촬영에 임한 모든 배우들에게 존경을 표한다"고 했다.
영화는 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인 일제 강점기를 그렸다는 점으로 개봉 전부터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그런 시대적 배경 때문에 민족주의적 요소에만 집중하는 '국뽕' 영화가 아니냐는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또 '군함도'의 개봉에 다소 불편한 기운을 내비치는 일본의 눈초리도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 있다. 이에 류 감독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명확한 소신을 밝혔다.
류 감독은 "'군함도'는 민족주의 적인 측면이나 소위 말하는 '국뽕'에 치중한 영화가 아니다"며 "사람이 사람에게 느끼는 인간적인 감정, 본질적으로는 인간과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또 전쟁이 사람을 얼마나 괴물로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군함도'의 흥행이 한일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냐는 일본 취재진의 민감한 질문에 "나 역시 양국의 관계가 잘 풀려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지만, 짚고 넘어갈 건 넘어가야 한다"며 "한일 관계는 경우와 이치에 맞게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나"고 소신있는 발언을 했다.
류 감독은 "이 영화의 개봉 여부와 관계 없이 역사적인 문제들은 계속 논의되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제작자의 입장에서 이야기할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영화가 개봉하고 나면 현재 나오고 있는 한일 관계의 우려들은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또 "영화감독으로서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군함도'는 굉장히 강렬한 체험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 나도 궁금하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군함도'는 오는 7월 개봉한다.
김상록 기자 s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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