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 피해자인 박창진 사무장의 근황이 언론을 통해 공개됐다.
박 사무장은 KBS와의 인터뷰를 통해 회사에 다시 복직했지만 현재 신입사원들이 맡고 있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는 21년차 경력직이지만 현재는 주로 기내 이코노미석에서 승객 응대 업무를 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코노미는 1~3년차 신입 승무원들에게 배치되는 자리다.
박 사무장은 2014년 불거진 이른 바 '대한항공 땅콩회항' 사건의 피해자다. 당시 회장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땅콩을 매뉴얼대로 내오지 않았다며 승무원을 비롯해 박 사무장을 무릎을 꿇렸다.
그에 따르면 이후 1년간 휴직을 하고 복직했지만, 회사로부터 모든 승무원 자격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요구를 받았다.
박창진 승무원은 복직 후 5차례 사무장 직책 수행에 필요한 사내 영어 방송 시험(방송자격 A)을 봤다. 그러나 매번 떨어졌다. 시험은 주어진 방송 멘트를 읽으면 대한항공 출신의 영어 강사가 평가하는 식이다.
박 승무원은 "제가 꽤 영어를 잘 하는 편인데, 지금 제 심정을 영어로 말하라고 해도 할 자신이 있는데 그걸로 계속 페일(탈락)시키고 있다"면서 "L과 R 발음이 안 된다는 식이다. 그러면 과거엔 그것도 안 되는데 팀장 자리를 준 것인가"고 말했다.
이어 "20년 동안 영어 능력을 최상위로 유지해서 사무장을 하고 있었는데 내가 볼 땐 핑곗거리 같다"면서 "또 복직후에는 왕따가 뭔지 확실히 배우고 있다. 동료들을 이해 못 하는 건 또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난 잘난 게 없지만 직접 사건을 겪으면서 행동가가 된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회사를 스스로 그만두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박홍규 기자 4067park@
< 저작권자 ⓒ 부산일보(www.busa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