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작성된 '박원순 제압 문건'에 대한 수사를 착수했다. 검찰은 박원순 제압 문건과 관련해 2013년 민주통합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국정원을 고발한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4년 만에 이 사건을 다시 파헤치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전날 박원순 서울시장이 이명박 전 대통령 등을 고소한 사건을 공안2부에 배당했다고 20일 밝혔다. 중앙지검 2차장 산하인 공안2부는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와 함께 민간인 댓글부대 운영 등 국정원 정치개입 사건을 다루는 전담 수사팀의 주축 부서다.
앞서 박 시장은 이명박정부 당시 국가정보원이 지방자치단체 업무를 사찰ㆍ통제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 등 지자체장을 비방했다며 이 전 대통령 등 11명을 국정원법 위반(정치관여ㆍ직권남용),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명예훼손 등 혐의로 검찰에 고소ㆍ고발했다.
또 원세훈 전 국정원장, 민병환 전 2차장, 이종명 전 3차장, 민병주 전 심리전단장, 신승균 전 국익전략실장, 실제 문건을 작성한 추명호 팀장 외 직원 함모씨, 조모씨, 심리전단 사이버외곽팀 관여자, 어버이연합 관련자 등 문건 작성과 실행에 관여한 10명도 함께 고소ㆍ고발했다.
국정원 개혁위원회 산하 적폐청산 태스크포스(TF)는 2011년 11월 원 전 원장이 박 시장을 종북 인물로 규정하고 간부 회의 등에서 견제 방안 마련을 지시했다며 원 전 원장 등을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TF에 따르면 국정원 심리전단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의 시위를 조장하고, 온라인상에 박 시장을 비판하는 글을 퍼뜨리거나 서울시장 불신임을 요구하는 청원을 내는 등의 활동을 했다.
박 시장과 서울시 대리인단은 형사고발ㆍ고소 외에 추후 밝혀지는 사안에 따라 민사소송도 제기할 계획이다. 대리인단 민병덕 변호사는 "박 시장의 사생활과 시정에 대해 허위사실을 적시해 실제적으로 서울시까지 명예를 훼손한 사건"이라며 "(박원순 제압 문건 등은) 이 전 대통령이 야권의 세력 확장을 막고 박 시장을 제압하기 위해 조폭 수준의 무단 통치를 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명박 전 대통령 관계자는 박 시장의 고소 건에 대해 공식 입장 표명은 자제했지만 "대통령이 그런 것을 보고받고 지시할 정도로 한가한 자리가 아니다"면서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에 박 시장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서울시장에 대해서 온갖 방법으로, 국가기관을 동원해서 음해하고 사찰하고 공작했는데 그것을 지금 '한가하지 않다. 그래서 몰랐다'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책임 회피이고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