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헌 김윤석 '남한산성', 조선이라는 거울로 현재를 보다

입력 : 2017-09-26 09:04:52 수정 : 2017-09-26 09: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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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역사의 한 페이지가 스크린에 펼쳐졌다. 황동혁 감독의 신작 '남한산성'은 병자호란 당시 치열했던 조선의 모습을 그린다.

25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남한산성'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황동혁 감독을 비롯해 배우 김윤석, 이병헌, 박해진, 고수, 박희순, 조우진 등이 참석했다.

영화는 1636년 조선 인조 때 있었던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한다. 청의 공격을 피해 숨어든 고립무원의 남한산성에서 임금과 대신들이 벌인 47일간의 이야기를 그린다. 

극의 배경은 1600년대지만, 현재 한반도의 정세와 꽤 비슷하다. 명을 임금의 나라로 섬겼던 조선은 형제맹약을 맺었던 후금이 '청'으로 국호를 바꾼 뒤 군신관계를 요구하자 처음에는 이를 거절한다.

이에 청은 병자호란을 일으키는데 이를 두고 조선 조정은 청과 화친해야 한다는 '주화파'와 맞서 싸워야 한다는 '척화파'로 나뉜다. 이는 현재 한반도를 둘러싸고 세계 각국이 힘의 줄다리기를 벌이는 것은 물론 그것을 두고 양립하는 우리 정치권의 양상과 꽤 비슷하다. 


황동혁 감독은 "현재에도 한국을 둘러싼 정세가 시시각각 많이 변하고 있다"며 "380년 전의 역사와 현재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작품으로 우리가 어떤 것을 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봤으면 좋겠다"며 "현실에 비추어 당시 인물들의 행동을 함께 이해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극 장르에 처음 도전한데 대해서는 "사극은 정말 많은 인내심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황 감독은 "현대극에 비해 굉장히 준비를 많이 해야 한다"면서 "이번 작품과 같이 역사적 사실에 바탕을 한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심혈을 기울인 작품이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남한산성'은 충무로 대표 연기파 배우들이 의기투합한 사실이 알려지며 연일 화제가 됐다. 김윤석은 극 중 끝까지 청에 결사항전을 주장한 예조판서 김상헌을, 청과의 화친을 도모한 이조판서 최명길은 이병헌이 연기했다.

특히 이병헌은 이번 작품으로 '광해, 왕이 된 남자'(2012), '협녀, 칼의 기억'(2015)에 이어 세 번째로 사극물에 도전한다.

이병헌은 "그간 했던 작품들은 역사적 배경 위에 픽션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작품은 웃음기를 뺀 정통 사극물이다"며 "당시 조선의 사대부가 느꼈던 감정이나 느낌을 생각하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호흡을 맞춘 김윤석의 연기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병헌은 "매 장면 다른 연기를 보여주시더라"며 "탁구로 비유했을 때 상대와의 호흡을 보며 순발력 있게 대처하는 능숙한 모습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에 김윤석은 "사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며 "대본이 한번 바뀌었는데 그걸 몰랐다. 그래서 그전 시나리오로 연습해왔는데 현장에 가니 바뀌었다고 하더라"고 털어놨다.

이어 "일부러 연기에 변화를 줘 던진게 아니다"며 "그날 당장 촬영에 임하려다 보니 그런 연기가 나온 것"이라고 덧붙여 웃음을 자아냈다. 


조선의 왕을 연기한 박해일의 소감도 남달랐다. 그는 남한산성에 갇혀 나라의 명운을 결정해야 하는 왕 인조 역을 맡았는데 "이병헌 김윤석 선배님이 먼저 캐스팅 돼 있었고 다음에 하게 됐다"며 "사극이란 장르 안에 정극이니 숨을 데가 없겠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옆에 계신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려니 사뭇 긴장이 됐지만 배울 점들이 많아 집중하고 관찰하려 했다. 추운 겨울이지만 잘 찍으면 좋은 작품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조선의 천민 출신이지만 청의 관직에 올라 통역을 담당한 역관 '정명수'로 분한 조우진의 모습도 눈길을 끈다. 조우진은 극 중 수준급의 만주어를 선보인다.

조우진은 "만주어의 단어와 발음이 생소했다"며 "한국말로 그대로 옮겨 외웠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단순하게 접근해서 무조건 외웠다"고 털어놨다. 이어 "집안 곳곳에도 붙여놓고 이동하면서도 공부했다. 반복 학습이 만주어 연기의 비결이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영화가 주는 메시지를 강조하며 "역사는 현실을 비추는 거울이라고 한다"며 "이 작품을 보는데 현재의 모습도 뿌옇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작품이 많은 것을 생각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여 눈길을 끌었다.

영화는 김훈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하며, '도가니', '수상한 그녀' 등을 연출한 황동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다음달 3일 개봉 예정.

사진=박찬하 기자

남유정 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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