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닫혀있던 서울 내의 비밀스러운 공간이 시민들에게 개방된다.
서울시는 19일 여의도 지하비밀벙커, 경희궁 방공호, 신설동 유령역 등 3곳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새 모습을 갖춘 공간으로 재단장 후 공개한다고 밝혔다.
박정희 정권 시절인 1970년대 만들어진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는 대통령 경호용 비밀시설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 2005년 시가 버스환승센터 건립 공사 시 발견했으며 연면적 871㎡ 규모의 공간이다. 2015년 한시적으로 개방됐던 비밀벙커는 정밀점검과 안전조치, 시민 ㆍ전문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전시문화공간으로 탄생한다.
관심있는 사람은 누구나 무료로 여의도 지하비밀벙커를 방문할 수 있다. 개관 시간은 화~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다. 매주 월요일과 1월1일은 휴관이다.
경희궁 방공호는 일제 말기 연합군 공습에 대비해 통신시설(경성중앙전신국 별관 지하전신국)을 갖춰 만든 방공호로 추정된다. 전체 면적 1378㎡ 규모로 10여개의 작은 방이 있고 폭격에도 견딜 수 있으며 높이는 8.5m, 외벽은 약 3.0m 두께다. 지하 직선거리는 약100m에 이른다. 시는 일제강점기의 아픈 역사를 반영해 당시 상황과 방공호의 느낌을 되살리기 위해 조명과 음향을 설치했다.
1층 천장에 3D로 재현된 폭격기 영상과 서치라이트를 이용한 대공관제를 연출했다. 또 2만여 장의 일제강점기 관련 사진으로 실시간 포토 모자이크 미디어아트를 재현했다. 2층 계단에서는 방공호 내부 전체를 조망할 수 있도록 됐다.
신설동 유령역은 1974년 지하철 1호선 건설 당시 만들어진 역사지만 노선이 조정되면서 폐 역사가 됐다. 이후 43년간 일반인 출입이 금지됐고 지도에도 나오지 않아 유령역으로 불렸다. 그룹 엑소의 뮤직비디오, 드라마 '스파이', 영화 '감시자들' 촬영장소로도 활용됐다.
경희궁 방공호와 신설동 유령역은 사전 예약을 통해 방문할 수 있다. 이날부터 11월22일 오후 6시까지 각각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시 홈페이지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21일부터 다음달 26일까지 운영되며, 매주 토ㆍ일요일 총 80명을 대상으로 1일 4회 체험을 실시한다. 시는 한시 개방 이후 내년 중장기 활용방안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서울 시장은 "역사적 의미가 있는 장소인 여의도 지하비밀벙커가 문화공간으로 거듭난 만큼 많은 사람들이 즐겨찾길 바란다"며 "경희궁 방공호나 신설동 유령역 역시 새로운 시민공간으로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서울시 제공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