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대의 푸드스토리, 추억과 향수가 있는 붕어찜 ... '남종면 분원마을 붕어찜거리 가을에 제격’

입력 : 2017-11-06 12:4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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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걷이가 끝난 들판을 바라보다 문득 청소년기 추억이 떠오른다. 강변이나 둠벙(커다란 물  웅덩이)에서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아먹던 추억이다. 작은 족대를 가지고 강변 갈대숲을 뒤지고 다니면 제법 많은 붕어와 미꾸라지를 잡을 수 있었다.
     
무청이나 애호박을 넣고, 적당히 간을 하여 끓이면 된다. 어릴 적에는 간장과 마늘, 고춧가루를 넣어 간을 맞췄다. 붕어 살을 발라먹고, 국물을 떠서 밥과 비벼 먹으면 보약이 따로 없었다. 청년기에는 밤이 깊은 줄 모르고 붕어찜 안주에 술을 마셨다. 텅 빈 들판을 바라보는데 작은 미소가 그려지고, 입안에 침이 고인다.
     
그런 기억을 다시 실행할 수는 없다. 그런 벗들이 없고, 시간도 없고, 몸이 게을러졌기 때문이다. 그래도 몸에서 찾고 입이 살아 있으니 붕어찜을 먹어야 한다.
       
붕어찜은 강변이나 호숫가 음식점에 가면 사먹을 수 있다. 수도권에서는 남한강변인 경기도 광주시 남종면 분원마을에 있는 붕어찜거리가 가장 유명하다. 90년대 중반에는 분원리 일대에 붕어요리 전문음식점이 60개 이상 되었는데 지금은 20개 남짓 남아 있다. 

붕어요리의 인기가 없어진 것이 아니라 음식점 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많아서 문을 닫기도 하고, 많은 돈을 투자해서 크게 시작한 사람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매출에 실망하여 그만 두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도 삼삼오오 자가용을 타고 찾아온 손님들이 많이 보인다. 가을 단풍 놀이 중에 추천할 만한 코스다.
     
붕어는 오랜 세월 건강보호식품의 재료로 사용되었다. 산모가 젖이 잘 나오지 않을 때 붕어나 가물치 즙을 내서 먹였다. 얼굴이나 손발이 붓는 만성 신장염을 앓는 사람들도 붕어 즙을 먹고, 간이나 위장을 다친 사람들도 붕어 즙을 먹었다. 몸이 허약하거나 정력이 떨어진 남자들이 붕어를 먹고 재미를 보았다는 이야기도 전한다.
     
붕어의 단백질은 소화 흡수가 잘 되고, 고혈압이나 동맥경화증과 같은 혈관 질환을 앓는 사람의 혈액순환을 도와준다고 한다. 붕어에는 칼슘과 철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발육기의 어린이나 빈혈이 있는 사람에게도 좋다는 것. 그러나 미리 밝히지만 붕어는 약이 아니고, 몸을 건강하게 돕는 민물 물고기일 뿐이다. 촌놈 출신 중년 사내들의 기억창고에 저장된 멋진 음식인 것이다.
       
붕어 즙은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도 있으나 건강원에 맡기면 잘 만들어준다. 붕어요리를 파는 전문 음식점에서도 즙을 판매한다. 감초, 생강, 마늘 등을 넣고 고아서 만드는데 장복하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탈이 나니 주의해야 한다.
                                                              
글 박상대 월간 ‘여행스케치’ 대표 psd08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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