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국정농단 사태의 책임을 더블루케이 전 이사 고영태와 그 주변 인사들에게 떠넘기면서 자신도 당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 조의연) 심리로 열린 고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고씨와 최씨가 법정에서 만난 건 지난 2월 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날 최씨는 고씨의 변호인과 증인신문 내내 사사건건 부딪치며 날선 공방을 주고받았다.
고씨의 변호인은 "증인은 여태까지 추천한 사람들에게 선물이나 대가를 받은 적이 없다고 했는데, 김모씨(인천본부세관장) 말고 누구를 추천했느냐"고 최씨에게 물었다.
최씨는 "그런 건 말씀드릴 수 없다"고 잘라 말했고, 변호인은 "증언을 거부하는 것이냐"고 따졌다. 이에 최씨는 "저는 공소사실에 관해서만 얘기하려고 나왔다"며 "의혹 제기를 하지 말라"고 했다.
고씨 변호인이 "김씨를 인천본부세관장에 추천한 게 혹시 딸 정유라의 말 관련해 도움받으려 한 건 아니냐"고 묻자 최씨는 "말도 안 된다. 이런 거 관련해서는 증언하기 싫다. 딸 부분은 묻지 말라"고 따졌다.
고씨 변호인은 최씨가 지난해 9월 독일에 있으면서 류상영 전 더블루K 부장과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들을 언급하며 "류씨가 국정농단과 관련해 진행되는 일들을 증인에게 보고하는 모양새인데 맞느냐"고도 물었다. 그러자 최씨는 "국정농단이라고 표현하지 말라"며 발끈했다.
그는 "국정농단 기획은 이 사람들(고씨와 측근들)이 한 것이다. 변호사님이 고영태를 얼마나 잘 아는지 모르겠지만, 국정농단이라고 하면 안 된다. 저도 완전히 당한 사람"이라고 억울해했다.
고씨 변호인이 "어쨌든 중요한 순간에 류씨와 연락을 주고받았는데, 류씨를 특별히 신뢰했나"라고 물었지만 최씨는 "배신자들이 하도 많아서 저는 아무도 신뢰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변호인이 비슷한 취지의 질문을 계속 던지자 "건강이 좋지 않으니 한 번에 물어보라"고 짜증을 내기도 했다.
최씨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묻는 변호인의 질문에는 "개인적인 문제라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며 "이 사건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진술을 거부한다"고 입을 닫았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