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이 일방적인 구두 지시로 개성공단 전면 중단을 결정한 사실이 확인됐다.
통일부 정책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는 2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이뤄진 주요 대북·통일 정책 과정을 점검한 결과를 담은 '정책혁신 의견서'를 발표했다. 혁신위는 이 자리에서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개성공단 철수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그간 개성공단 중단 결정에 대해 공식적 의사결정 체계를 거친 결과라고 밝혔다. 지난해 2월 7일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광명성 4호' 발사 이후 3일 동안 관계부처 협의를 했고, 2월 10일 오전 NSC 상임위원회에서 개성공단 중단 결정을 최종 확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혁신위가 통일부와 청와대 관계자에 확인한 결과, 공단 철수 결정을 내리기 이틀 전인 2월 8일 오전 당시 김규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홍용표 통일부 장관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라며 철수 방침을 통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어 같은날 오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은 회의를 소집해 철수 대책 세부계획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혁신위는 또 정부가 10일 발표 당시 중단 주요 근거로 내세운 '개성공단 임금 등의 대량살상무기(WMD) 전용'도 청와대 주도로 정부 성명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근거자료로 사용된 것으로 보이는 정보기관의 문건은 2월13일 이후에야 청와대 통일비서관실을 통해 통일부에 전달됐다"며 "문건은 주로 탈북민의 진술과 정황 등에 근거해 작성된 것으로 작성한 기관조차 문건에 '직접적인 증거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을 표기했다"고 설명했다.
혁신위는 이같은 결정이 "5·24조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는 헌법, 남북관계발전법, 남북교류협력법, 행정절차법 등에 근거한 행정행위가 아니라 이른바 통치행위 방식으로 이루어져 왔다"고 지적했다.
한편 혁신위는 김종수 가톨릭대 교수(위원장)를 비롯해 대북·통일정책 외부 전문가 9명으로 구성됐다. 이번 의견서는 통일부 내부 자료와 청와대 근무자 10여명과의 대면조사, 실무자들이 기록한 수첩, 이메일 송수신 자료, 보고자료 등을 토대로 작성됐다.
김상록 기자 sr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