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실제 주인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던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일부가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씨에게 직접 유입된 정황을 포착했다.
13일 사정 당국에 따르면 다스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신봉수 부장검사)는 2013년께 이시형씨가 이 전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씨의 아들 이동형씨에게 요구해 이상은씨 명의 통장을 받아간 것으로 파악했다.
영포빌딩 내 다스 '비밀창고'에서 이 같은 정황을 드러내는 자료를 입수한 검찰은 이동형씨를 불러 같은 취지의 진술을 추가로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팀은 이 통장에 1995년 매각된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의 일부가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이시형씨가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자금이 10억원을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차명 주주 의혹을 받아온 이상은씨나 고(故) 김재정씨 측에서 이시형씨에게 직접 자금이 이동한 흐름이 포착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다.
이상은씨와 이 전 대통령의 처남인 김재정씨는 1995년 공동 소유한 도곡동 땅을 팔아 양도세 등 거래 비용을 제외하고 100억원씩 나눠 가졌다.
이후 이상은씨는 이 돈 일부로 다스 지분을 새로 인수하거나 증자에 참여해 현재 다스의 최대 주주가 됐다.
검찰은 도곡동 땅과 다스 모두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던 이시형씨가 도곡동 땅 판매대금 10억원가량을 가져다 쓴 것이 사실이라면 이상은씨의 재산에 이 전 대통령 측의 '보이지 않는 몫'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동형씨는 최근 검찰 조사에서 '다스는 아버지(이상은 회장) 것으로 생각한다'라는 기존 입장을 뒤집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이 다스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왔으며, 다스에 일정 몫의 지분을 사실상 보유하고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덕 기자 orikimj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