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선수의 은메달이 얄궂은 부상의 흔적을 이겨내고 얻은 것이어서 더욱 빛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상화는 18일 강릉스피드스케이팅경기장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31명 출전 선수 중 15조로 일본 고 아리사와 레이스를 펼쳤다. 이날 경기에서 금메달을 따면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이자 역대 두 번째로 3개 대회 연속 우승의 대업을 달성할 수 있는 터라 팬들의 관심은 어느 때보다 높았다.
스타트와 함께 무섭게 속도를 붙인 이상화는 초반 100m를 10초20에 끊어, 이날 출전 선수 가운데 가장 빠른 기록을 세웠다. 금메달을 차지한 고다이라 나오(일본·36초94)가 작성한 초반 100m 기록(10초26)보다도 0.06초 앞섰다.
이상화는 1~2번 코너를 지나 피니시 라인에 진입하는 3~4번 코너 진입까지 모든게 괜찮았다.
하지만 이상화는 3번 코너에서 4번 코너로 들어가는 순간 갑자기 왼발이 살짝 미끄러지듯 빠지면서 순간적으로 주춤했다. 곧바로 오른발 스트로크로 버텼지만, 초반 스피드를 살리지 못했다.
결국, 이상화는 고다이라에 0.39초 차 뒤진 37초3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3번 코너에서 실수만 없었다면 초반 100m 기록만 봐서는 충분히 고다이라를 따라잡을 수 있는 상황이었기에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하지만 지난 시즌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하지정맥류 수술까지 받은 이상화의 대회 준비 과정을 살펴보면 단순히 실수라고 치부할 수는 없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제갈성렬 SBS 해설위원은 "그동안 이상화는 무릎이 버텨주지 못하다 보니 곡선 주로에서 골반의 위치가 빠지고, 그러다 보니 오른쪽 다리의 힘을 필요한 방향으로 가하지 못해 무리하는 스케이팅을 보였다"고 말했다.
그는 "왼쪽 무릎 통증 때문에 자세가 불균형해지면서 그동안 왼발과 오른발에 힘 배분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왼발에 20%를 쓰면 오른발에 80%를 쓰는 상황"이라며 "초반에 빠른 스피드로 3번 코너에 들어가면서 왼발에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못해 원심력을 견디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제갈 위원은 "그래도 이상화가 파워가 좋고 유연성이 뛰어나서 이런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다"라며 "이상화의 은메달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강조했다.
박철중 기자 c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