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계 거장으로 꼽히는 오태석 연출가가 이윤택 연출가에 이어 성추문 가해자라는 증언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21일 조선일보에 따르면 성추행 피해자들이 폭로 글을 통해 가해자 실명을 거론하진 않았지만 이니셜을 쓰거나 연극 제목 등을 밝히며 사실상 오태석을 지목하고 있다. 극단 '공상집단 뚱단지'의 연출가 황이선 씨는 지난 18일 페이스북에 '2002년 서울예대 극작과에 입학 당시 극단을 운영하는 극작과 교수'에게 성추행당한 사실을 폭로했다.
황 씨는 "학과 부학회장이 된 뒤 가장 큰 임무는 모 교수님을 잘 모시는 일이었다"라면서 "밥자리, 술자리가 잦아지며 약속이나 한 듯이 (부학회장이던) 내가 옆에 앉았고, (교수는) 손부터 시작해 허벅지, 팔뚝 살 등을 만졌다"고 고백했다. 당시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로 극단을 운영한 인물은 오태석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연극계에서 활동했다는 한 여성 A 씨도 최근 SNS에서 오태석의 성추행을 폭로했다. A 씨는 "'백마강 달밤에'라는 연극 뒤풀이에 참석했었다. 그 연출가는 술잔을 들이켜는 행위와 내 허벅지 부근을 주무르고 쓰다듬는 행위를 번갈아 했다"고 밝혔다. '백마강 달밤에'는 오태석이 대표로 있는 극단 '목화'에서 직접 연출한 그의 대표작이다.
이와 함께 오태석 연출의 성추행으로 공연이 기획단계에서 취소됐다는 주장도 나왔다. 공연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2008년 서울 소재 민간극장에서 추진하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 기획 회의 첫날 오 연출은 극장 기획팀 직원을 성추행했으며 다음날 피해자에게 사과했다고 증언했다. 해당 극장 측에선 이에 대해 "오씨와 함께 작품을 함께 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해 극장장께 보고한 뒤 공연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박철중 기자 cj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