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년 연기 인생' 이순재가 말하는 영화 '덕구'(종합)

입력 : 2018-03-14 13:10:26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올해 나이 여든 셋, 주연으로 나올 수 있어 행복해요"
 
배우 이순재는 14일 오전 서울 중구 메가박스 동대문에서 열린 영화 '덕구'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이 자리에는 메가폰을 잡은 방수인 감독을 비롯해 극 중 호흡을 맞춘 정지훈이 참석했다.
 
이순재는 이번 작품에서 어린 손자 덕구(정지훈)를 남겨두고 떠날 준비를 하는 '덕구할배'를 연기했다. 지난 1956년 영화 ‘지평선 넘어’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올해로 연기 인생 62년을 맞았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증명하는 것일까.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은 여전히 힘 있고 건재하다.



이순재는 '덕구'를 "소박하고 단조롭지만 정이 넘치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우리 나이가 되면 작품에서 주연을 맡는 경우가 드물다"며 "대부분 할아버지는 병풍역할이나 조연으로 나오는데, 이번 작품은 전면에 나서 끌고 나가더라"고 출연 계기를 밝혔다. 이어 "수입을 생각하면 연극을 할 수 없다"며 "연기를 하는 것 자체에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 노개런티로 참여했다"고 털어놨다.
 
시나리오에 대한 믿음도 드러냈다. 이순재는 "처음 시나리오를 봤는데 앞 뒤가 잘 맞고 단단하더라. 그래서 조건없이 참여하게 됐다"며 "주인공으로는 마지막이지 않겠나"고 말했다. 메가폰을 잡은 방수인 감독에 대해서는 "이준익 감독과 같이 오래 작업했다고 한다"면서 "같이 작업해보니 좋은 스승 밑에서 잘 배운 감독인 것 같았다"고 밝혔다.
 
방수인 감독은 "시나리오를 8년 준비했다"며 "애초에 이순재 선생님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 작업을 시작했다. 제 데뷔작인데 같이 작업할 수 있어서 행운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순재가 연기한 '덕구 할배' 캐릭터에 대해서는 "고집스럽지만 지나간 세월을 다 견뎌낸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방 감독은 촬영 중 있었던 에피소드를 곁들었다. 그는 "촬영을 시작한 날, 이순재 선생님이 아이를 안고 넘어지셨다. 문지방이 높아서 걱정이 됐다"며 "너무 놀라서 달려가 선생님 다리를 봤는데 붓고 피가 나더라. 순간 연세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고 회상했다.
 
방 감독은 "너무 죄송해서 계속 눈물이 나더라. 그랬더니 애들이 울고 스태프들도 울어 눈물바다가 됐다"면서 "그런데 선생님이 제 손을 잡으면서 '나 괜찮아. 다리 안 부러졌다'고 하시더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겨울 추위와 한여름의 더위를 모두 겪으셨는데 힘들다는 말씀 한번 안하셨다"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극 중 이순재의 손자 '덕구'로 출연한 정지훈 역시 이순재를 향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촬영 내내 이순재를 '할배'라고 불렀다는 정지훈은 "처음에는 엄하실 것 같아서 무서웠는데 지내다보니 정말 제 할아버지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촬영장에서 항상 반복해서 연습하시더라. 처음엔 '대사를 안 외우셨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고 전했다.
 
정지훈은 "알고 보니 이미 연습을 다 하셨는데, 계속 대본을 보고 계셨던 것"이라며 "반복해서 외우시면서 촬영을 기다리시더라. 그래서 옆에서 같이 연습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에 이순재는 공을 감독과 정지훈에 돌렸다. 그는 "방수인 감독은 신인같지 않았다. 편하게 촬영할 수 있게 도와줬다"며 "정지훈은 감정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더라. 놀랄 정도였다"고 말해 현장 분위기를 훈훈하게 했다.
 
이어 "이 자리에는 함께 하지 못했는데 덕희를 연기한 박지윤 양도 훌륭했다"며 "있는 그대로의 천진난만한 모습이 있다. 아역 캐스팅이 성공적이었다"고 덧붙였다.
 
영화는 어린 손자와 살고 있는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방수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배우 이순재 정지훈 장광 성병숙 차순배 박지윤 등이 출연했다. 다음달 5일 개봉 예정.

사진=박찬하 기자

남유정 기자 seasons@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