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하고 소중한 작품"…박정민, 영화 '변산'을 보내며

입력 : 2018-07-30 17:16:25 수정 : 2018-07-30 17:4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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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정민이 영화 '변산'의 주인공 학수로 변신해 관객을 찾았다. 메가박스 플러스엠 제공

배우 박정민(31)에게 영화 '변산'은 특별하다. 첫 상업영화 주연으로 나선 것도, 1년여의 시간을 함께 한 점도 그 이유가 될 수 있다. 여기에 하나 더. 이 작품에 '애틋한 마음'을 가진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다.
 
"'변산'은 제게 너무 특별하고 소중한 작품이에요. 주인공 학수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제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온 힘을 다했죠. 작품에 대한 부담도 있었지만 그만큼 행복했던 작업이었어요."
 
영화는 오디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신 무명 래퍼 학수(박정민)가 초등학교 동창 선미(김고은)의 꼼수로 고향 변산에 내려오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박정민은 이 작품에서 주인공 학수를 연기했는데 그 모습이 꽤나 흥미롭다. 한없이 찌질하다가도 때론 앞으로 돌진하는 '웃기지만 슬픈' 청춘을 현실감 있게 풀어냈다. 

학수 캐릭터 통해 21세기 청춘 입체적으로 그려
랩 1년동안 '맹연습'
이준익 감독과 '동주'에 이어 두 번째 호흡
 
박정민은 그린 학수는 '아프니까 청춘'인 인물이다. 5평 남짓한 고시원에서 잠을 자고, 아르바이트로 근근이 생활을 이어간다. 편의점 야간 근무에 발레파킹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실은 녹록치 않지만, 랩을 향한 학수의 열정은 여전히 뜨겁다. 간간이 학수가 읊조리는 랩 가사에 애환이 담겼지만 마냥 슬프지만은 않은 이유다. 박정민은 이런 학수에게 적잖이 "공감됐다"고 말한다.
 
"저도 꿈 많은 청춘이었어요. 영화를 너무 하고 싶어 다니던 학교를 자퇴하고 입학시험을 다시 봤죠. 한동안은 영상자료원에 가서 하루 종일 영화만 보기도 했어요. 어떻게 보면 이 길이 불안한 선택일 수도 있지만 후회하지 않았어요. 지금도 그렇고요. 연기를 시작한 게 제 인생의 가장 큰 일탈인 셈이죠."
 
그래서일까. 박정민이 그린 학수는 입체적이다. 경쾌하지만 가볍지 않고, 애잔하지만 침울하진 않다. 일상에서 벌어지는 크고 작은 감정들도 자연스럽게 풀어냈다. 아버지를 향해 묵은 분노를 쏟아낼 때나 동창들과 유쾌한 한판 승부를 벌일 때도 그렇다. 박정민은 이런 학수를 표현하는데 실제 성격이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평소에 속으로 삭이는 성격이라 제 자신을 많이 되돌아본다"며 "많이 보고 들으면서 보완해 나가려고 하는 점이 학수 캐릭터 표현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한다. 
 
재미난 에피소드도 곁들인다. 학수의 흑역사를 보면서 학창시절이 떠오르기도 했다고. 그는 "고등학교 때 방송반을 했는데, 다른 지역 여고 방송반과 교류를 했다"며 "그때 마음에 드는 여학생이 있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명동에서 만났는데 차였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 이후로 마음에 드는 여성 분을 명동에서 만나면 항상 차이더라. 징크스가 생겨서 명동에서 보자고 하면 다른 곳에서 보자고 한다"며 웃음 지었다.
 
박정민은 이번 작품을 위해 랩을 '맹연습'했다. 실제로 그는 영화에 담긴 랩의 작사와 녹음에 직접 참여했다고. 래퍼 얀키와 의기투합해 완성도 높은 곡을 선보이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한다. 전작인 '그것만이 내 세상'에서 수준급의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그가 이번에는 1년여 동안 갈고닦은 랩으로 관객의 귀를 사로잡는다. 이번 작품으로 "랩의 재미를 알게 됐다"는 박정민은 "영화에서 최대한 능숙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털어놓는다. "'랩'의 매력에 푹 빠졌어요. 지금도 집에서 혼자 랩 가사를 써 보곤 해요. 학수 캐릭터를 가장 잘 아는 건 제 자신일 것 같아 랩을 준비했죠. 결국 모든 곡을 막바지에 다시 녹음하기도 하고 노력을 쏟아 부었죠. 하하"
 
메가폰을 잡은 이준익 감독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정민은 이번 작품에서 이준익 감독과 '동주'(2016)에 이어 두 번째 호흡을 맞췄다. 그는 "이준익 감독님과 계속 같이 있으니까 닮아가는 것 같다"며 "성향은 비슷한데 취향이 다른 것 같다"고 말한다. 이 감독이 자신의 연기를 치켜세우며 '매력이 끝없는 배우'라고 말한데 대해서는 "믿고 맡겨주셔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해 볼 수 있었다"고 공을 넘겼다. "이준익 감독님과 저는 비슷한 부분이 많아요. 차이가 있다면 '단관 세대'와 '멀티플렉스 세대' 정도일 것 같아요.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하고, 배울 수 있게 하는 분이에요."
 
지난 2011년 영화 '파수꾼'으로 데뷔한 박정민은 올해 스크린 데뷔 8년을 맞았다. 매 작품에서 섬세한 감정선과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인 그는 올해도 '열일 행보'를 이어간다. '그것만이 내 세상'과 '염력'으로 관객을 만난데 이어 '사바하'와 '사냥의 시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변산'은 제게 영화 만드는 재미를 알려준 작품이에요. 앞으로도 여러 부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운 작품이 될 것 같아요. 그래서 영화가 극장에서 내려올 때 몰려올 감정이 두렵기도 하죠. 제가 사랑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합니다."

남유정 기자 seas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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