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주피터 프로젝트] 美 예산평가 보고서 내용

입력 : 2019-03-12 19:39:10 수정 : 2019-03-12 19:4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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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있는 탄저균’ 도심 사고 땐 “핵무기보다 큰 재앙”

주한미군이 올해도 예산을 들여 부산 남구 부산항 8부두에 주피터 프로젝트를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주피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8부두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주한미군이 올해도 예산을 들여 부산 남구 부산항 8부두에 주피터 프로젝트를 강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은 주피터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는 부산항 8부두 일대 전경. 정종회 기자 jjh@

주한미군의 국내 생화학실험은 2015년 경기도 오산 미 공군기지에서 살아있는 탄저균 배달 사고가 발생하면서 실체가 드러났다. 이듬해 부산 남구 감만동 8부두에서 미군의 생화학전 대처 능력을 기르기 위한 연구과제 ‘주피터(JUPITR) 프로젝트’가 시행될 것으로 알려지면서(본보 2016년 5월 16일 자 1면 등 보도) 지역사회도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2017년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시험 등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면서 주피터 프로젝트는 수면 아래로 가라 앉았지만, 이번에 미 국방부의 생화학방어 예산 계획이 밝혀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미 국방부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주피터 프로젝트를 위해 최소한 5000만 달러(565억 원) 이상의 돈을 쓰고 있는데도, 정작 주피터 배치 장소로 지목된 8부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 사안이 심각하다.

2016~2019년 ‘주피터 프로젝트’에

미 국방부 5000만 달러 이상 지출

현지 군수업체 개발 생화학 장비 들여와

8부두서 탄저균 등 성능 시험 의혹 증폭

전문가들 ‘ 도심 내 핵시설’ 비유 우려

부산시·지역사회, 잇단 8부두 공개 요청

미군 ‘외면’ 국방부 “검토하겠다” 답변만

■한 해도 중단 없이 4년간 지속

본보가 단독 입수한 미 국방부의 ‘2019 회계연도(2018년 10월~2019년 9월)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보면 미국은 주피터 프로젝트에 △2019년 1014만 달러 △2018년 876만 8000달러 △2017년 865만 6000달러의 예산을 지출했다. 또 ‘2018년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 생화학방어 프로그램 예산 평가서’를 보면 2016년에 주피터 예산으로 2751만 8000달러를 마련했는데, 모두 합치면 4년간 적어도 5000만 달러 이상을 쏟아부은 셈이다. 이는 2016년부터 8부두에서 주피터 프로젝트가 단 한 해도 중단없이 계속 진행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주한미군은 지난해에도 미국 방산업체가 생산한 생물무기 탐지 장비를 구입했다. 미국의 방산업체 ‘플리어 시스템즈(Flir Systems)’는 지난해 7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사의 생물 작용제 탐지 장비가 주한미군의 주피터 프로젝트 지원 목적으로 400만 달러 상당의 화물인도지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주문받은 장비는 포자나 바이러스, 세포, 단백질 독소와 같은 대기 중 생물학적 위협이 있을 때 경보를 발령하고 명령에 따라 데이터를 수집·보존·전송하는 실시간 공기 감시 장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미 국방부는 8부두에서 생화학무기 관련 △환경탐지평가(AED) △조기경보(EW) △생화학무기 감시포털(BSP) 보고 △생화학무기 식별(BICS) 등을 지원하기 위한 테스트를 지속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문에 주한미군이 자국 방산업체의 다양한 생화학 탐지 장비를 들여와 탄저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 시료로 성능 시험을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게다가 2019년 예산 평가서에는 ‘살아있는 매개체 실험(Live Agent Test)’을 명시하고 있는데다, 심지어 2018년 예산 평가서에는 ‘대규모 살아있는 매개체(Whole System Live Agent Test)’라는 표현까지 사용해 충격을 주고 있다. 주한미군의 “8부두에 시료 반입은 없다”는 해명이 신뢰를 주지 못하는 이유다.

■베일에 가린 8부두

주피터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감만동 8부두의 반경 5㎞ 주변에는 대학과 수많은 아파트 단지가 분포하고 있다. 남구와 수영구, 동구, 부산진구 주민만 어림잡아 수십만 명이 산다. 게다가 8부두 주변에는 자성대 부두와 부산역,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등 부산의 주요 물류시설도 있다. 만에 하나 주한미군이 생물실험 중 사고라도 내면 그 피해는 치명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도 주피터 프로젝트를 ‘도심 내 핵실험’으로 비유한다. 미국도 탄저균과 같은 고위험 병원체 시료를 실험할 때는 유타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지하 특수터널 구조에서 실험을 진행한다. 서울대 수의학과 우희종 교수는 “도심에서 이런 시설에서 탄저균이나 다른 샘플을 다루다 사고가 난다면, 핵무기 보다 더 큰 재앙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산참여연대 양미숙 사무처장은 “부산은 주한미군이 2015년 탄저균 배달 사고를 낸 경기도 평택시 오산기지 주변보다 인구밀도가 높아 위험성이 현저히 크다”면서 “만약 8부두에 시료 반입이 있다면 사전에 어떠한 균들이 들어오는지에 대한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사회는 2016년부터 8부두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부산시도 세 차례에 걸쳐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고, 주한미군의 협조를 얻어 8부두를 공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이를 외면했고, 우리 국방부도 이에 굉장히 소극적이다. 국방부는 지난해 12월 10일 시에 세 번째 공문을 보내 “주피터 프로젝트가 방어용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했다. 8부두 공개 요구에 대해서는 확실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방부는 계속해서 8부두 현장 설명회에 대해 ‘고려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답변만 반복하고 있다”면서 “시 차원에서 주한미군 사령부에도 접촉을 시도했으나 8부두가 외국 군대 시설이다 보니 접근 자체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황석하·박혜랑 기자 hsh03@busan.com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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