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쏟아지는 부산…16년 만에 최대치

입력 : 2025-02-28 16:55:08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부산 준공 후 미분양 2268세대
공급 물량 중 1세대만 분양될 정도
지역 건설사는 줄줄이 법정관리
정부 발표 미분양 대책에 ‘냉담’

부산 마린시티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마린시티 일대 전경. 김종진 기자 kjj1761@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2009년 이후 16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했다. 악성 미분양 증가분의 86%가 지방에서 발생하는 실정인데 정부가 발표한 지방 미분양 해소 대책은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전망이라 업계의 시름이 깊어진다.

28일 부산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부산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268세대로 전월 대비 382세대 증가했다. 이는 2009년 준공 후 미분양이 4104세대를 기록한 이후 16년 만에 최대 기록이다.

부산의 미분양 아파트는 서구와 동구, 부산진구 등에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는 분양 물량 중 계약된 물량이 1세대 밖에 없을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전국적으로도 악성 미분양 주택 규모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전국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은 2만 2872세대로 전월보다 1392세대 늘었다. 이는 2013년 10월(2만 3306세대)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규모다.

2023년 8월부터 18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늘어난 악성 미분양의 86%는 지방에서 발생했다. 대구의 악성 미분양이 401세대 증가했고, 부산이 그 뒤를 이었다.

준공 후 미분양을 포함한 부산의 전체 미분양 주택은 4526세대로 전월 대비 194세대 감소했다. 부산지역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7월 5862세대로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갈아 치웠다. 이후 소폭 줄어들기는 했으나, 여전히 4000~5000세대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방 미분양 3000세대를 사들이고, 지방 미분양을 매입하는 CR리츠(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를 조속히 출시하겠다는 대책을 내놨지만 업계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업계가 요구해 온 취득세와 양도소득세 완화 등 세제 혜택이 빠진 데다 LH 매입 물량도 적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의 지방 유예 또는 완화 조치도 빠졌고, 궁극적으로 수요를 진작시킬 만한 방안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하루가 다르게 요동치는 탄핵 국면에서 정부가 추가 세제 혜택을 내놓더라도 이를 위한 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삼정기업(부산)과 대저건설(경남), 삼부토건 등 중견 건설사들이 줄줄이 기업회생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

부산의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미분양이 지금 속도로 지속적으로 쌓이면 유동성 위기를 견뎌낼 만한 건설사가 몇 남지 않을 것”이라며 “지난해 부산지역 건설사들이 전국에서 가장 많이 부도를 냈었는데, 올해는 작년보다 부도나 폐업, 법정 관리에 들어가는 업체가 많아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