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밀집 동남권 반값 전기요금 ‘첫 단추’

입력 : 2023-05-16 18:46:53 수정 : 2023-05-17 00: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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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 법안
국회 법사위 통과 본회의 상정
시행 땐 균형발전 동력 기대감
전기 생산·소비 불균형도 해소

사진은 헬기에서 바라본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3·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헬기에서 바라본 고리 3·4호기와 신고리 1·2·3·4호기의 모습. 연합뉴스

지역에 따라 전기요금에 차등을 두는 ‘지역별 차등 전기요금제’(이하 차등요금제)를 담은 법안(부산일보 3월 20일 자 1면 등 보도)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부산을 포함해 원자력발전소 등 각종 발전소를 낀 전력 집중 생산 지역과 전력 대부분을 끌어가 집중 소비하는 서울 등 수도권이 같은 요금을 내는 묵은 악순환을 해결하고, 국가 차원의 지역 균형발전에도 청신호가 켜졌다.

국회 법사위는 16일 전체회의를 열고 국민의힘 박수영(부산 남갑) 의원이 대표발의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지역별 차등요금제를 도입하면 원전 지역 등 전력 집중 발전지 인근의 전기 요금이 집중 소비지역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아져 기업의 지역 이전 효과도 기대된다. 이 법안이 국가 균형발전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유다.

다만 분산에너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차등요금제가 당장 시행되는 건 아니다. 시행까지는 약 1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에 구체적인 지역별 차등요금 산정 방안, 분산에너지 설치 의무화 대상 지역,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세부요건, 전력계통영향평가 등 세부 내용 정비가 이뤄진다.

분산에너지 특별법은 그간 중앙집중형이던 국가 전력시스템을 지역으로 분산하는 법안이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자는 내용이 핵심이다. 특히 전기 생산은 지역에서 하지만 소비는 수도권에 집중된 ‘소비 역차별’을 해결하기 위한 차등요금제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원전 등 발전소 밀집 지역은 상대적으로 더 낮은 전기료를 적용받는다. 이 법안에는 분산에너지 개념 정의와 분산에너지 활성화 기본계획 수립·시행, 실태조사 등에 필요한 규정도 담겼다. 분산에너지가 필요한 지역은 에너지 사용량 일부를 분산에너지로 충당하도록 의무화하고, 할당된 의무 설치량을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 분산에너지 사업자에게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했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국회 통과를 앞두고 ‘에너지 소비 역차별’ 해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다. 에너지 소비 역차별은 원전 등 발전소를 낀 발전 집중 지역 주민이 수도권과 같은 전기 요금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다수의 원전을 떠안은 영호남은 전기를 더 많이 생산하고 덜 쓰지만, 지역 주민들은 소비 집중 지역인 서울과 동일한 전기요금을 부담해 왔다. 부산만 해도 전력 생산량이 서울의 10배를 넘지만 소비량은 50%를 밑돈다.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의 발전량과 전력소비량 현황을 보면 원전을 끼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전력 소비량(판매량)보다 발전량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고리)의 발전량은 4만 6579GWh이지만, 소비량은 2만 1494GWh에 그쳤다. 서울의 발전량은 부산의 9% 수준인 4337GWh에 그친다. 하지만 소비량은 4만 8789GWh로 나타났다.

박 의원은 “차등요금제 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해 국가 균형발전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원전이 밀집한 부산, 울산 등을 비롯해 에너지원 주변 지역으로 반도체, 데이터센터 등 전력 다소비 기업의 이전을 유인해 지역 경제와 일자리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SMR(소형모듈원자로), DR(수요관리), VPP(가상발전소) 등 기술 개발이 한창 진행되거나 상용화 단계에 있는 신에너지도 법안에 담겼다. 원전을 기저 발전으로 하면서도 에너지 신기술 상용화를 통해 국가 산업과 경제에 이바지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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