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지도 황금어장 사수” 경남 어민들 상경 투쟁 나선다

입력 : 2025-08-14 11:28:50 수정 : 2025-08-14 15:4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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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8개 수협 조합원 등 100여 명
21일 오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서
경남 해상풍력 문제 해결 호소 대회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지난해 8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지난해 8월 16일 통영시 동호항 멸치권현망수협 물양장에서 어민 300여 명이 함께한 가운데 ‘욕지 해상풍력 건설 결사반대 총궐기 대회’를 열었다. 부산일보DB

“대통령이 나서 우리 삶의 터전을 지켜주세요.”

경남 어민들이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 건설로 사라질 위기에 처한 통영 욕지도 황금어장 지키려 상경 투쟁에 나선다.

수협중앙회 해상풍력 대책위원회 산하 경남권역대책위는 오는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경남 해상풍력 문제 해결 대정부 호소 대회’를 연다.

현장에는 통영, 거제, 고성, 삼천포 등 욕지도 주변 해역을 주조업지로 하는 경남 8개 수협 조합원 100여 명이 함께한다.

어민들은 이 자리에서 남해안에서 손에 꼽히는 황금어장이자 최대 조업지인 욕지도 해역이 무분별한 해상풍력 개발로 심각한 훼손 위험에 처한 현실을 대통령에게 알리고 해양생태계 보전과 어업인 생존권 보호를 위한 입지 재조정을 호소할 예정이다.

통영 욕지도 주변 해상풍력단지 건설 추진 현황. 대책위 제공 통영 욕지도 주변 해상풍력단지 건설 추진 현황. 대책위 제공

대책위에 따르면 현재 국내 연안을 대상으로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인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90여 건이다.

이 중 욕지도를 중심으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았거나 추진 중인 대형 프로젝트는 4건, 계획 면적은 146㎢, 축구장 2만 3000여 개를 합친 크기다.

이곳에 프랑스 에펠탑 크기 구조물 130기 이상을 세운다.

하지만 욕지도 해역은 경남 어민들에게 마지막 남은 황금어장이다.

각종 어류 서식·산란장이자 난류를 따라 회유하는 멸치 떼와 이를 먹이로 하는 각종 포식 어류가 유입되는 길목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조업 밀도를 보인다.

이 때문에 2021년 12월 고시된 ‘경남해양공간 관리계획’에선 ‘어업활동 보호구역’으로 지정됐다.

이런 곳에 대규모 풍력단지가 들어서면 소음과 진동, 전자파 영향으로 바다 생태계가 심각하게 훼손돼 어장도 초토화될 수밖에 없다는 게 어민들 주장이다.

설상가상 가뜩이나 비좁은 조업 구역 역시 더 줄어들 공산도 크다.

해상풍력 사업자는 단지 건설과 가동 기간 내내 대상 해역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갖는데, 안전을 핑계로 단지 내부는 물론 외부 반경 500m까지 선박 출입을 통제할 수 있다.

통영 욕지도 주변 조업 선단 현황.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 제공 통영 욕지도 주변 조업 선단 현황. 경남어선어업인연합회 제공

대책위는 “2019년 전기위원회가 욕지 해역에 첫 발전사업허가를 내준 이후 어민들은 극심한 생계 위협과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있고, 불필요한 어촌 갈등으로 인해 공동체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민들은 공청회,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해양생태계 훼손과 어업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역으로 사업 입지를 조정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왔으나, 사업자의 거부와 관련 인허가를 담당하는 부처와 지자체 간 책임 회피로 번번이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실제 해상풍력 제도는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권한을 나눠 갖고 있는 데다, 입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조정할 수 있는 장치도 없어 갈등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책위는 “오직 대통령만이 각 부처 권한을 통합적으로 조정해 해양생태계 보전과 어민 삶이 조화를 이루는 방향을 설계할 수 있다”고 짚었다.

경남권역 정두한 위원장은 “우리는 해상풍력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어민과 해상풍력이 공존할 수 있는 해법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대통령이 직접 나서 국가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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