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땐 밀착 마크·APEC 땐 시민 열기 부산 저력 재조명 [2030 엑스포 부산에서!]

입력 : 2023-11-20 20: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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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대형 이벤트 개최 도전사

2002대회 국제 인적 채널 총가동
아·태회의는 인프라 강점 차별화
막판 총력전 충분히 승산 자신감
도시 브랜드 가치 급상승 계기 돼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0일 오후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각국의 학생들이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이탈리아 로마,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 리야드 깃발을 들고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30세계박람회 개최지 결정일이 일주일여 앞으로 다가온 20일 오후 부산외국어대학교에서 각국의 학생들이 엑스포 유치 경쟁국인 이탈리아 로마, 대한민국 부산, 사우디 리야드 깃발을 들고 2030세계박람회 유치를 염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 결정이 7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부산이 과거 성공적으로 치렀던 대형 국제 행사 유치 과정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산은 2002년 제14회 아시안게임과 2005년 제17회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를 잇달아 개최함으로써 도시 인프라를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관광·마이스 역량이 급성장하는 등 동북아 중심도시로서 도시 브랜드 가치가 급상승했다.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꼽히는 월드엑스포는 전 세계 182개국의 표심을 공략해야 하고 일찌감치 유치전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를 눌러야 한다는 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험난한 도전 과제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과거 유치 성공 노하우를 되살려 막판 총략전을 펼치면 충분히 해볼 만한 상황이 됐다.

2002년 아시안게임 유치전에서는 대회 역사상 최초로 경선이 펼쳐졌다. 과거 아시안게임은 대부분 단독 입후보 도시를 회원국이 승인하는 수준에서 유치가 결정됐다. 하지만 2002년 대회는 21세기 첫 대회라는 큰 상징성이 있었기 때문에 처음으로 경쟁이 벌어졌다.

2002년 대회를 7년 앞둔 1995년, 부산은 대회 개최권을 놓고 대만의 가오슝과 막판까지 치열한 맞대결을 펼쳤다. 당시 대만은 국제무대 외교적 고립을 해결하겠다며 범 국가적으로 유치전에 ‘올인’했다. 가오슝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에 발전기금 1000만 달러 기부와 각국 선수단 전원 항공·숙박 제공이라는 파격적인 공약을 내걸며 물량전을 펼쳤다. 마치 2030엑스포 유치전에서 한국 경쟁국인 사우디가 대대적인 물량 공세를 펼치는 상황과 오버랩된다. 이에 맞서 부산은 정·관·재계는 물론 스포츠·문화 등 각계 유력 인사들을 총동원, 국제적인 인적 채널을 가동해 회원국 대표들을 일대일 밀착 마크하며 표심 다잡기에 나섰다. 유치전 막판까지 부산은 투표권을 가진 43개 회원국 중 과반에 5표 모자라는 17개국 지지를 획득했지만, 선심 공약에 이끌린 회원국들이 가오슝 지지로 급선회할 경우 아깝게 개최권을 내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중국이 뜻밖에도 ‘부산 도우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중국은 대만에서 아시안게임이 개최되면 대회 전면 보이콧도 불사하겠다며 외교 압박을 가했다. 중국은 또 회원국들이 가오슝의 ‘물량 공세’에 회유될 것을 우려해 투표 방식을 기존의 비밀이 아닌 공개 투표로 변경할 것을 요구해 이를 관철시켰다. 결국 1995년 5월 23일 서울에서 열린 OCA 총회에서 거수투표가 이뤄졌고, 북한과 라오스가 불참하면서 투표 참가 41개국 중 37개국의 압도적 지지를 얻은 부산이 2002 아시안게임 개최지로 최종 확정됐다. 부산의 아시안게임 유치는 서울에 눌려 지방도시에 불과하던 부산이 21세기 환태평양시대의 거점도시로 성장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데서 큰 의미를 가졌다.

21개국 정상이 해운대 동백섬에서 회담을 가진 2005년 제13차 APEC 정상회의는 서울과 부산, 제주 3곳의 지자체가 유치 신청서를 낸 끝에 부산과 제주 2파전으로 압축됐다. 한국은 2000년 11월 브루나이에서 개최된 APEC 정상회의에서 2005년 APEC의 의장국으로 선임돼 APEC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됐던 터라, 어느 도시에서 회의를 열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제주는 한국 최고 휴양도시 타이틀과 과거 정상회담 개최 경력을 내세웠다. 부산은 APEC 21개 회원국 중 11개 회원국 12개 도시와 자매도시 결연을 맺었다는 당위성과 충분한 회의공간(벡스코)과 숙소, 공항 규모, 접근성, 안전성, 관광도시 인프라 등을 강점으로 앞세웠다.

특히 부산은 시와 시의회, 시민단체들의 치밀한 전방위 활동과 함께 범시민적 유치 열기를 차별화된 전략으로 내세웠다. 시민 참여 APEC 개최 기원 특별 행사가 32차례나 될 정도로 유치 열기가 뜨거웠고, 유치 서명운동을 시작한지 18일 만에 135만 명의 시민이 동참했다. 유치전이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립 의사를 표명할 만큼 정치 문제로 비화하기도 했다. 결국 2004년 4월 26일 열린 APEC개최도시선정위원회 회의에서 부산이 제주를 12대 4로 누르고 개최 도시로 낙점됐다. 이듬해 부산은 APEC 정상회의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누리마루, 불꽃축제 등의 관광 인프라를 축적하는 것은 물론 세계적인 마이스도시로 급부상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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