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3명 숨진 아파트 화재 당직자에 징역 1년 6개월 선고

입력 : 2024-02-08 17:49:24 수정 : 2024-02-08 17:5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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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58시간 전 경보기 꺼
업무상 과실치사 등 혐의

2022년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2022년 6월 27일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한 고층 아파트에서 난 불로 가족 3명이 숨지자 아파트 주민들이 추모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독자 제공

아파트 화재 경보기를 꺼 일가족 3명을 숨지게 한 숨진 부산 해운대구 재송동 아파트 화재(부산일보 2022년 6월 28일 자 8면 등 보도)와 관련해 관리사무소 당직자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재판부는 화재 경보기만 켜져 있었다면 이 같은 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며 직원들의 과실을 지적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형사3단독 김주영 판사는 8일 업무상 과실치사, 소방시설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아파트 관리사무소 당직 근무자 A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과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A 씨의 상급자 2명에게는 각각 금고 1년과 금고 10개월을 선고했다.

소방시설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나머지 관리사무소 직원 2명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과 200시간의 사회봉사를, 관리업체 2곳에는 벌금 3000만 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들은 2022년 6월 27일 새벽 4시 13분 재송동의 한 아파트 13층 화재 발생 58시간 전부터 화재 경보기를 꺼놓아 결국 일가족 3명을 사망하게 만든 혐의를 받는다. 불이 나기 직전 다른 동에서 화재 감지기가 오작동했고, 관리사무소 측이 이 아파트 전체 동의 화재 경보기를 모두 중지하는 탓에 곧바로 실제 화재가 발생했을 때 화재 경보기가 전혀 울리지 않았다.

재판부는 화재 경보기만 제대로 작동했다면 새벽 시간 자고 있던 피해자들이 대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았다며 피고인들의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피고인들은 업무상 과실이 없고 설령 있다 해도 사망이라는 결과와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 씨가 아파트 전체 화재 경보기 차단을 지시했기 때문에 실제 화재 때 경보가 작동하지 않은 점은 명백한 과실로 사망과의 결과 사이에도 인과 관계가 인정된다”며 “한 피해자는 엘리베이터 앞에서 발견됐는데 화재 경보기만 제대로 울렸다면 나머지 피해자들에게 알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어 “이 사건은 아파트 관리 현장에서 안전 불감증이 초래한 전형적인 인재에 해당한다고 보여 향후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 하는 측면도 있다”며 “특히 일부 피고인들은 유족의 용서를 받지도 못했고 공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의 반성 없는 태도로 유족이 받을 정신적 충격이 증폭되었고 지속적인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유족에 대한 사과가 우선이라고 판단된다”며 A 씨 등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를 포함한 관리사무소 직원들은 상습적으로 화재경보기를 꺼놨다. 이들은 화재경보기가 자주 울려 민원이 발생한다는 이유로 2022년 1월부터 7월까지 202회에 걸쳐 화재경보기 작동을 멈췄다. 2022년 1월부터 6월 27일까지 화재경보기 작동 실태를 분석한 결과 경보기가 켜져 있는 시간은 약 22%에 불과했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징역 3년과 벌금 100만 원을, 나머지 직원들에게는 각각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한편 2022년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소방시설을 임의로 정지하는 경우에도 최소한의 안전 조치를 의무화하는 소방시설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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