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의원 ‘꼼수’휴진에 환자들은 각자도생… 알아서 병원 안 찾아 최악 혼란 면한 역설

입력 : 2024-06-18 20:11:00 수정 : 2024-06-18 20: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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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 돌입 의료 현장 가 보니

부산 곳곳 단골 환자 병원 헛걸음
신고만 해놓고 문 연 곳 다수 있어
휴진 미리 안 환자들 내원 포기에
일부 병원은 오히려 한산한 모습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대로에서 전국 의사 총궐기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8일 부산대학병원에 집단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벽보가 게시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18일 부산대학병원에 집단 휴진 철회를 요구하는 벽보가 게시된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18일 오후 2시 부산진구 가야동. 대로변 건물 2층에 자리잡은 한 내과 의원을 방문하자 현관문에는 ‘오후 1시까지 진료합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점심 식사 시간이 끝난 직후인 오후 2시께 병원을 찾은 시민 5명이 연방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었다.

이 병원을 찾았다가 헛걸음을 했다는 김윤식(55) 씨는 “평소 위궤양으로 자주 찾던 병원이다. 약이 떨어져 없는 시간을 쪼개 방문했는데 하필 문이 닫혀 있어 기가 찬다”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100m 거리에 떨어진 다른 내과 의원을 찾았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예고했던 집단 휴진에 나섰지만 부산 병의원에서는 혼란이 크지 않았다. 실제 부산 시내 곳곳에서 각 병의원들이 휴진에 동참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날 오전까지는 그 숫자가 평균 10곳 중 1곳 정도로 파악된다. 의협이 사전에 회원들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는 회원 10명 중 7명 꼴로 휴진에 동참하겠다고 한 것과는 차이를 보였다.

일부에서는 꼼수 휴진도 등장했다. 일부 병의원이 오전 진료 후 오후는 문을 닫는 식으로 운영한 경우도 확인됐다. 실제 휴진 신고를 하고도 문을 열기도 했다. 이는 정부의 진료유지 명령에 따른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실제 휴진에 전면 참여한 개원의는 적어 환자들이 혼란에 빠질 정도의 상황은 아니었다.

부산을 비롯한 전국 지자체들은 해당 지역 내 병의원 휴진 여부를 점검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전국 각 지자체들은 당초 이날 오전 유선 점검을 통해 휴진율이 30%에 달하면 오후 현장 점검과 단속에 나설 예정이었다.

그러나 부산에서 실제 현장 점검에 나선 지자체는 없었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이날 부산 시내 병의원 중 10% 안팎이 의협의 집단 휴진에 동참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구의 경우 총 63곳의 병의원 중 단 2곳(약 3%)만이 휴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시 조규율 보건위생과장은 “민원이 들어오는 경우도 거의 없었고 실제 의료 현장에 혼란이 없었다고 보인다”면서 “다만 혹시 모를 의료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날 부산 시내 보건소 총 16곳 중 12곳은 진료시간을 오후 8시까지로 연장했다”고 밝혔다.

부산 대학병원에서도 집단 휴진에 동참한 교수들이 많지 않았다. 당초 부산대·동아대 등 부산 4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의협이 예고한 집단 휴진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실제 참여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대병원의 경우 교수 총 270명 가운데 이날 18명이 휴진에 들어갔다. 다만 휴진한 교수 대부분이 외래 진료를 하지 않는 날이어서 환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았다. 부산대병원 정성운 원장은 “휴진을 하는 교수들은 미리 스케줄을 조정하거나 개인 사정 등으로 휴가를 쓴 경우였다”며 “병원은 평소와 크게 다를 바 없이 운영됐다”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은 이날 실제 휴진에 들어간 의사가 10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졌다.

동아대병원의 경우 총 150여 명의 교수진 중 휴진을 한 교수는 극소수인 것으로 파악된다. 동아대병원 관계자는 “원래 이날 외래 진료가 없거나 이전부터 개인 사정으로 휴무를 사용한 인원 외에 의협의 뜻에 동참해 참여한 인원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의협의 휴진 소식을 접한 환자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19일 대학병원 진료를 앞둔 이경미(47) 씨는 “의사들의 파업에 이제는 동네 병의원까지 나서는 걸 보고 정말 실망감이 컸다”면서 “주변에 몸이 아픈 사람은 항상 마음을 졸이고 사는 것 같다. 더 이상은 불편과 불안이 없도록 제발 집단행동을 멈춰달라”고 호소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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