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P 압도적 차이… 산은 이전 반대·김민석 지원 역풍

입력 : 2024-10-17 17:13:00 수정 : 2024-10-17 18:3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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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 윤일현, 민주 김경지 눌러
총선 13.25%P보다 격차 더 벌려
김건희 여사 악재 등 위기론 비등
금정 내주면 당정 공멸 여론 확산
야 ‘정권 심판’ 프레임 효과 미미
김영배 “혈세 낭비” 발언도 패인


윤일현 신임 부산 금정구청장이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금정구청 제공 윤일현 신임 부산 금정구청장이 27일 취임식을 가졌다. 금정구청 제공

10·16 재보선의 최대 격전지로 전국이 시선이 쏠렸던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윤일현 후보가 61.03%를 득표해 38.96%의 더불어민주당 김경지 후보를 22.07%포인트(P) 차로 이겼다. 6개월 전 4·10 총선에서 국민의힘 백종헌 후보(56.62%)와 민주당 박인영 후보(43.37%)의 득표율 차이인 13.25%P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상대적으로 투표율이 낮아 ‘조직표’의 영향이 큰 보선의 특징을 감안하더라도, 당정 지지율이 최저치를 기록하고 투표 직전 다수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가 ‘박빙’을 기록한 상황을 감안하면 다소 싱거운 결과다. 이 때문에 진보 지지층이 과표집되는 여론조사의 문제점이 새삼 부각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서울에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되는 등 야권의 우위 구도가 유지된 상황에서 금정의 결과를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여권에서는 총선 당시 18개 지역구 대부분이 혼전 양상을 보였지만, 결국 17석을 국민의힘에 몰아줬던 당시의 지역 민심이 이번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본다. 총선 당시 여권은 ‘개헌 저지선’이 위태로울 정도로 흔들렸지만, 부산 보수가 막판에 결집하면서 전국과는 다른 결과를 얻어냈다. 이번 역시 의정 갈등과 명태균 논란 등을 비롯한 김건희 여사 관련 악재들이 쏟아지면서 위기론이 비등해지면서 금정을 야권에 내어줄 경우 당정이 공멸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적지 않았다. 이 때문에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한다’은 보수층의 위기 의식이 이번에 윤 후보로의 결집을 이끌어 낸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당 안팎에서는 금정 패배가 한동훈 대표의 거취 문제로 직결될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수 지지층이 김 여사에 대한 ‘국민 눈높이’ 조치를 강조한 한 대표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낮은 국정 지지율과 김 여사 이슈에도 국민의힘이 금정을 방어한 것은 ‘한동훈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의 일관된 ‘정권 심판’ 프레임은 이 지역 중도층까지 파고들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금정구청장 보선의 투표율은 47%로, 나머지 3개 기초단체장 선거보다 크게 낮았다. 투표 열기가 청년 등 민주당 지지층으로 확산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인 박수영 의원은 “유권자들은 구청장 선거에서까지 정쟁을 원치 않는데 민주당은 그걸 간과했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역시 한 대표가 6번이나 현장 지원에 나설 정도로 총력전을 벌였지만, 상대적으로 메세지의 주안점을 침례병원 정상화, 지역 재개발 문제 해결 등에 두며 차별화를 시도했다. 특히 부산 전체 현안인 산업은행 이전 등을 강하게 막고 있는 김민석 최고위원 등이 부산을 찾아 산은 이전 지연과 관련 ‘여권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지역 민심과 동떨어진 행보를 보인 것이 역풍을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진우 전 민주당 중앙당 부대변인은 “총선 때 실패했던 모습 그대로 들고 나간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산은 이전과 관련한 민주당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며 “시민들 보기에는 ‘저래 놓고 표 달라고 하나’ 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기에 전임 구청장이 과로 등으로 건강이 악화돼 사망해 치러진 이번 보선에 대해 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혈세 낭비”라고 비판해 지역민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것도 상당한 패인으로 여겨진다.

총선 이후 친명(친이재명)과 비명(비이재명)으로 갈라진 이후 화화적 결합이 되지 않고 있는 부산 민주당의 내부 상황이 이번 결과에 반영됐다는 지적도 있다. 여기에 PK(부산·울산·경남)에 유독 ‘안티’가 많은 이재명 대표와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이슈’가 있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금정 선거에 적극 개입한 것이 오히려 지역 중도층, 대학생 등의 반감을 불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한편 이번에 금정과 함께 치러진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는 민주당 장세일 후보가, 전남 곡성군수 재선거에선 민주당 조상래 후보가 당선됐다. 수도권인 인천 강화군수 보선에선 국민의힘 박용철 후보가 승리했고, 진보 진영 조희연 전 교육감의 유죄 판결로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보궐선거에선 진보 성향 정근식 후보가 보수 성향 조전혁·윤호상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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