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부터 산업용 전기요금 9.7% 인상…주택·일반용은 동결(종합)

입력 : 2024-10-23 10:04:59 수정 : 2024-10-23 15:4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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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한전,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
"부담 여력 있는 대기업이 고통분담"
삼성 등 대기업은 10.2%↑
한전 "전기요금, 아직 원가 이하 수준"
연간 약 4.7조원 추가 전기판매 수익 전망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집합 건물 관계자가 이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서울 중구의 한 집합 건물 관계자가 이 건물에 설치된 전력량계를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체 전기 사용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요금이 24일부터 평균 9.7% 오른다. 다만, 국민 경제 부담, 생활물가 안정 등 요인을 고려해 주택용과 음식점 등 상업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은 2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전기요금 인상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산업용 전기요금은 평균 9.7% 인상된다. 이중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0.2%, 중소기업이 주로 쓰는 산업용(갑) 전기요금은 164.8원에서 173.3원으로 5.2% 각각 인상된다. 산업용(을) 전기요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현대제철 등 반도체·철강 등 제품 생산 과정에서 전기를 많이 사용하는 대기업에 주로 적용된다. 산업용 고객은 약 44만호로, 전체 한전 고객(약 2500만여호)의 1.7% 수준이지만 전력 사용량은 53.2%에 달한다.

이에 따라 한전은 산업용에 국한된 이번 전기요금 인상만으로도 대략 전체 요금을 5%가량 올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한 추가 전기 판매 수익이 연간 단위로 약 4조 70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남호(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산업통상자원부 기자실에서 최남호(오른쪽)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과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이 전기요금 인상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최근 전기요금 인상이 이뤄진 것은 작년 11월로, 당시도 주택용과 일반용 등을 제외하고 산업용만 평균 4.9% 인상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일반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 전기요금과 상점 등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요금은 동결하기로 했다.

대기업에 주로 해당하는 산업용 전기요금만 올리기로 결정한 데는 내수 침체 장기화 속에서 수출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는 상황을 고려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최남호 산업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상대적으로 부담 여력이 많다고 판단한 수출 대기업이 고통을 분담했으면 좋지 않겠느냐는 차원에서 산업용 중심으로 (전기요금을) 올렸다"며 "금년 들어 수출이 계속 좋았던 상황이고, 전반적 산업생산지수도 제조업 부문이 우수해 부담 여력 있는 데서 부담하는 게 전체 국가 경제 차원에서 좋지 않냐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기요금 추가 인상은 우리나라의 전력 인프라 건설과 관리를 책임지는 공기업인 한국전력의 심각한 재무 위기를 완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결정됐다. 한전은 러·우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위기를 전후로 한 2021∼2023년 원가 이하의 가격으로 전기를 팔아 연결 기준 43조 원대의 누적적자를 안고 심각한 부채 위기를 겪고 있다.


지난 9월 9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월 9일 서울 시내 한 주택 우편함에 한국전력에서 보낸 전기요금 고지서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말 기준 한전의 연결 총부채는 202조 9900억 원이다. 작년 말(202조 4500억 원)보다 4400억 원가량 늘었다. 대규모 부채로 한전은 작년 한 해만 4조 4500억 원을 이자로 지급했다. 하루 122억 원 수준이다.

정부와 한전은 이번 인상이 재무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기에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한전이 향후 일단 안정적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동철 한전 사장은 브리핑에서 "우리나라 전기요금은 여전히 원가에 못 미치는 상황이며, 국제적으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 2분기(4~6월) 연결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흑자를 냈지만 별도 기준으로 3개 분기 만에 다시 적자를 기록했다.

한전은 운영·투자비, 적정 보수를 포함한 총괄 원가를 기준으로 산업용, 주택용, 일반용, 농사용 등 전 용도별 전기 판매가가 다시 원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전에 따르면 지난 8월 한국의 주택용 가구당 평균 사용량인 363kWh(킬로와트시)의 전기를 썼을 때 요금은 일본과 프랑스는 한국의 2배 이상, 미국은 한국의 2.5배, 독일은 한국의 3배 수준이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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