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락유원지 42층 호텔 본격화… 또 난개발 그림자

입력 : 2024-10-23 18: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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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성건설, 고층 호텔·생숙 추진
부산시 도시계획위 심사 마무리
올 연말께 건축심의 예정된 상황
생숙, 오피스텔로 용도변경 가능
광안리 해안가 경관 사유화 우려

23일 42층 특급호텔 및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예정지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3-62번지 일대. 김종진 기자 kjj1761@ 23일 42층 특급호텔 및 생활형 숙박시설 건립 예정지인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3-62번지 일대.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수영구 민락유원지에 광안리를 내려다보는 42층짜리 생활형 숙박시설(생숙)을 포함한 특급호텔 건립이 본격화한다. 건설사는 수영구에 전무한 6성급 호텔을 들여와 랜드마크를 짓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과거 자연녹지였다가 준주거지역으로 용도가 풀린 땅인데다, 생숙이 오피스텔로 용도가 변경될 여지도 있어 해안가 난개발과 경관 사유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23일 부산시에 따르면 협성건설은 민락유원지 내 민락동 113-62번지 1만 100㎡ 땅에 호텔과 생숙이 함께 들어설 지하 9층, 지상 42층짜리 건물 1개 동을 지을 예정이다. 부산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 절차는 마무리됐고, 올 연말께 부산시 건축심의를 앞두고 있다.

이 부지는 협성건설이 올 초 분양한 하이엔드 아파트 ‘테넌바움294’와 인접해 건설사 측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옛 미월드 부지와도 가까이 위치하지만, 미월드 부지에서 시행사인 티아이부산이 추진하는 생숙 건립 사업과는 별개다.

건설사는 건물을 반으로 나눠 하층부에는 호텔(250실)을, 상층부에는 생활형 숙박시설(150실)을 넣고자 한다. 협성건설은 글로벌 호텔 운영사인 IHG 그룹과 호텔 브랜드를 정하기 위해 협의를 하고 있다. 현재는 인터컨티넨탈과 킴튼 등 유명 호텔 브랜드가 거론되고 있다.

건설사 측은 아직까지 수영구에 한 곳도 없는 6성급 특급호텔을 유치해 광안리 관광의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해당 부지는 당초 개발이 불가능한 지역이었던 탓에 난개발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땅은 7년 전까지만 해도 도심 내 녹지공간 보존을 위한 자연녹지지역이었다.

앞선 소유주는 2017년 8월 자연녹지였던 이 부지의 용도를 준주거지역으로 풀었다. 소유주가 인근의 1만 1700㎡ 부지를 부산시에 산책로 등 용도로 기부채납하고, 또 다른 인접 부지 8484㎡는 원형 보존을 약속하자 시가 용도 변경을 허용한 것이다. 협성건설은 이후 2017년 12월 기부채납·원형 보존 부지를 제외한 현재 사업 부지를 매입해 개발 계획을 세웠다.

생숙 분양에 따른 경관 사유화 등 우려도 만만치 않다. 특히 정부가 최근 주거용으로 사용하는 생숙의 오피스텔 용도 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위한 요건을 완화하는 등 생숙 규제를 푸는 방향으로 정책이 나아가고 있다. 이미 해운대나 광안리 등 부산의 주요 해안가는 ‘오션뷰’를 내세운 주거시설로 빼곡히 채워져 있어 도시 전체의 지속 가능한 개발을 저해하는 실정이다.

건설사 측은 해당 건물의 지하 4층~지상 2층에 도서관, 놀이터 등으로 구성된 어린이 복합문화공간인 ‘들락날락’을 조성해 공공성 확보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또 최고층인 42층에는 시민 누구나 이용 가능한 전망대도 조성한다. 민락유원지로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협성건설 관계자는 “개발이 적합한 땅에 용도에 맞는 호텔·생숙 건립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들락날락과 전망대 설치 등 시민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공시설을 확대하는 등 공공성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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