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항만 재개발지인 부산항 북항을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기 위해 〈부산일보〉와 국립부경대 인문한국플러스사업단(이하 HK+사업단)이 지난달 28일 각 분야 전문가를 초청해 좌담회를 열었다. 전문가들은 세계적 건축물 도입과 함께 역사적 자산을 활용하고 지속 가능한 관광 콘텐츠를 마련해야 북항이 ‘글로벌 핫플’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별건축구역’ 활용한 랜드마크 유치
김창경 HK+사업단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이번 좌담회에서 전문가들은 북항이 세계적인 랜드마크를 유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동의대 신병윤 건축학과 교수는 “북항이 성공하려면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 필하모니’ 같은 랜드마크를 건설해 관광객을 끌어들여야 한다. 북항은 이미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규제 완화가 조금만 뒤따르면 충분히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산은 인구 감소에 직면해 있기 때문에 해안가 중심의 고밀도 개발을 통한 ‘콤팩트 도시’를 지향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신 교수는 “세계적인 건축가를 초청해 부산의 개방성과 역동성, 역사성을 반영한 세련된 건축물을 설계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복잡한 유럽의 해안선과 달리 부산은 직선형 해안선을 가지고 있어, 이런 차이점을 반영한 건축물은 관광객에게 충분히 매력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독립적인 북항 관리 기구를 설립해 체계적이고 일관된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조정형 한국해양디자인학회장은 인천 송도의 사례를 언급하며 북항에도 민관 협력 형태의 독립 관리 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회장은 “인천 송도는 20년간 일관된 디자인 전략과 관리로 성공적인 발전을 이뤘다. 북항도 장기적인 시각에서 개발 사업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독립 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의 정체성과 관광 편의성을 함께 반영한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조언도 이어졌다. 조 회장은 “북항은 부산의 정체성을 담아내며 시민의 공감을 얻는 공공 디자인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통해 미래 세대까지 고려한 종합적이고 일관된 개발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역사·친환경 관광 프로그램 도입해야
북항을 부산의 역사적 가치를 담은 관광지로 탈바꿈시켜야 한다는 제안도 있었다. 이용득 부산세관박물관장은 “조선통신사 기념관을 부산항 5부두로 이전하고 조선통신사 배를 유람선으로 활용해 생생한 역사 체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항이 단순한 개발지가 아니라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관장은 부산항의 역사적 의미가 그동안 충분히 조명되지 못했다고 지적하며 개항 초기의 무관세 체제와 세관 설치 과정을 관광 콘텐츠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개발로 인해 초량 등대 같은 역사적 시설의 기능과 가치가 상실되고 있다”며 “북항에 해양박물관이나 역사 전시관을 설치해 국내외 관광객들이 부산의 과거와 현재를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친환경 관광인 ‘블루 투어리즘’을 북항에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주목을 받았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최일선 지역경제관광문화연구실장은 “북항에 전기차와 자전거 같은 친환경 교통수단을 활용한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양 플라스틱을 활용한 영국의 아트 페스티벌처럼 창의적이고 지속 가능한 이벤트를 통해 관광객과 지역 주민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크루즈 관광의 기항지로 머무르는 북항을 ‘모항’으로 발전시키고 원스톱 관광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는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다. 최 실장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포트벨처럼 관광과 상업시설이 유기적으로 연계돼 방문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해양 관광과 마이스 산업의 연계를 통해 북항이 글로벌 해양 관광의 중심지로 발전할 수 있도록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