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롱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돌아간다. 5일(현지 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공화당 후보인 트럼프는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에 예상 외의 완승을 거두고 재선에 성공했다. 한국 시간으로 6일 오후 9시 기준 트럼프는 277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해 224명에 그친 그친 해리스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트럼프는 미국 동부시간으로 대선 다음날인 6일 오전 2시30분 자택이 있는 플로리다 팜비치에서 승리 선언을 했다. 트럼프는 넉 달 전 자신을 겨냥했던 암살 미수 사건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이 신이 내 목숨을 살려준 데에는 이유가 있다고 말해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정치적 승리”라며 “47대 대통령에 당선돼 영광이고 미국을 치유하고 이 나라의 모든 문제를 고칠 것”이라고 밝혔다.
당초 ‘역대급 초접전’을 전망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의 예측과 달리 개표 초반부터 트럼프가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주요 경합주인 노스캐롤라이나와 조지아에서 트럼프는 개표 내내 우위를 점하며 승리했고, 핵심 경합주인 펜실베이니아 등 다른 곳에서도 잇따라 승리를 거뒀다. 트럼프는 특히 미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4년 전 대선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완승을 거뒀다. 트럼프의 백악관 재입성 배경에는 그간 민주당 핵심 지지층으로 꼽혀온 흑인과 히스패닉 등 유색 인종의 이탈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인다. AP 통신이 미국 전역 11만 5000여 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데이터에 따르면, 트럼프의 흑인과 라틴계 유권자의 지지율이 4년 전보다 소폭 상승했다. 트럼프의 사법리스크도 유권자들 판단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다.
공화당은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진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도 일단 상원에서 승리를 거뒀다. 공화당은 5일 전체 상원의석 100석 가운데 51석을 확보했다. 공화당이 다수당을 탈환한 건 2020년 이후 4년 만이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같은 성향 무소속 포함)이 51석, 공화당이 49석으로 민주당이 2석 앞서고 있다. 미국 상원의원의 임기는 6년이다. 상원은 2년에 한 번씩 의석 3분의 1을 물갈이하는데 올해엔 총 34석을 두고 선거를 치렀다. 이번 상원 선거에서 공화당은 민주당 차지였던 웨스트버지니아와 오하이오를 빼앗으면서 다수당이 됐다.
트럼프 당선과 상원 승리가 확정된 상황에서 하원까지 공화당이 다수당이 될 경우 트럼프표 정책은 속도전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유세 기간 내내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 난맥상을 강하게 비판해 온 터라 현 정부와는 완전히 다른 국정 운영이 전망된다. 취임 초기부터 바이든 대통령의 모든 정책을 지우기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이미 트럼프는 대선 막판에는 1798년 만들어져 거의 사문화된 '적성국 국민법'을 거론하며 모든 이민자 범죄단체를 해체 및 추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트럼프의 승리로 한국 외교는 상당한 불확실성에 직면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앞선 1기 행정부 당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정책을 재현하며 동맹도 거래적 관점에서 바라볼 가능성이 높아 한국에도 역할과 비용 부담 확대를 요구할 것으로 우려된다. 긴밀한 공조를 자랑했던 대북 대응에서도 불협화음이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