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반부터 붉은색 질주… 접전 예측 무색하게 한 완승 [2024 미국 대선]

입력 : 2024-11-06 20:44:13 수정 : 2024-11-06 20:4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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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압도적 승리

격전지 펜실베이니아 등서 이기며
다른 경합주까지 대부분 우위 점해
8년 전과 달리 득표수까지도 앞서
민주 우세 지역에서도 득표율 상승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그래픽=류지혜 기자 birdy@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에 재입성하게 된 건 결국 경합주의 압도적 승리가 발판이 됐다.

미국 현지 정치매체들은 펜실베이니아와 노스캐롤라이나, 조지아 등 7개 경합주 표심의 향배가 대권을 가를 것으로 전망해 왔다. 미국은 선거인단 승자독식의 독특한 선거방식을 고수 중이다. 선거인단 규모가 크고 표심이 극단적으로 한 쪽에 쏠리지 않은 이들 7개 주가 대권의 향배를 가를 것이라고 본 것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캠프 모두 선거 막판까지 이 지역을 부지런히 오가며 표심을 집중하는 데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종적으로 경합주가 대부분 트럼프의 손을 들어주면서 47대 대통령 선거는 공화당의 싱거운 완승으로 막을 내리게 됐다. 이는 2020년 대선 본투표 개표 때와는 완전히 다른 양상이다. 당시에는 공화당의 붉은색이 연방 지도에서 우세했다가 이후 사전투표 개표가 진행될수록 민주당의 푸른색으로 바뀌는 이른바 ‘붉은 신기루’ 현상이 나타났었다. 그러나 이번 개표에서는 연방 지도가 시종일관 붉은색을 유지했다.

6일(현지 시간)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7대 경합주 중에서도 선거인단이 많은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를 석권했다. 이 주들에 할당된 선거인단은 각각 16명, 16명, 19명이다. 트럼프는 이들 3개 주를 차지하며 51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했다.

실제로 트럼프는 경합주 가운데 조지아와 노스캐롤라이나, 그리고 최대 승부처였던 펜실베이니아에 승전보가 전해지자 승리를 확신하고 곧바로 승리를 선언했다. 이 밖의 다른 경합주들에서도 대부분 우위를 점했한 상태다.

트럼프는 선거인단뿐만 아니라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도 해리스를 멀찌감치 앞섰다. 8년 전엔 득표수에서 지고도 선거인단 확보에서 이기는 이례적인 ‘반쪽짜리 승리’를 거뒀지만 이번에는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아 완전한 승리를 거뒀다.

한국시간으로 6일 오후 8시 미국 대선 개표 현황에 따르면 트럼프는 6850만 4448표를 얻어 51.2%의 득표율을 기록하고 있다. 해리스가 얻은 6348만 8382표(47.2%)와 격차는 3.8%포인트다. 추세대로라면 4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46.9%의 총득표율에 그쳐 조 바이든 대통령(51.3%)에게 득표율과 선거인단 대결 모두에서 패배한 것을 설욕하게 된다. 2016년 대선에선 선거인단 306명을 확보해 승리하긴 했지만 전체 유권자 득표율은 45.9%에 그쳐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48.0%)에 밀렸다.

트럼프는 첫 임기 내내 온갖 논란에 휘말려 두 차례 탄핵 재판을 받았고, 2020년 대선에서 패한 뒤 불명예 퇴진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보에도 숭배에 가까울 정도로 지지자를 열광시키고 휘어잡는 카리스마는 다시 한번 미국이 그를 선택하게 만들었다.

선거 과정에 대선 패배 뒤집기 시도,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국가기밀 불법유출 등으로 4차례 형사 기소를 당했지만, 트럼프는 이런 위기를 오히려 정치적 기반을 확대하는 기회로 만들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정적인 자신을 정치적으로 핍박한다고 주장하며 '사법 리스크'를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력으로 활용한 것이다.

무엇보다 펜실베이니아 버틀러에서 유세 중 총격을 당해 피를 흘리면서도 지지자들에게 주먹을 치켜들고 "싸우자"라고 외쳐 역사에 한 장면을 기록한 그의 동물적인 감각과 쇼맨십은 그를 싫어하는 이들조차 혀를 내두르게 했다.

공화당은 트럼프가 미국 전역 대부분의 지역에서 4년 전 선거 때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한 점에 고무되어 있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자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개표가 95% 이상 진행된 지역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은 2020년 대선 때보다 대부분 높아졌다. 이 같은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 지역은 플로리다주다. 플로리다주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근소하게 우세한 경합주로 꼽혔으나 2022년 중간선거부터는 확실한 공화당 우세주로 분류되고 있다.

라우던 카운티와 프린스 윌리엄 카운티 등 버지니아주 북부의 민주당 우세 지역에서도 공화당 득표율이 상승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폴리티코는 “전국의 많은 지역에서 트럼프의 득표율이 높아졌다는 것은 민주당에 좋지 않은 신호”라고 분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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