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남자’ 캐릭터 살려 백악관에 돌아온 탕아 [2024 미국 대선]

입력 : 2024-11-06 20: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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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당선인은 누구

미국판 ‘금수저’ 부동산 재벌 2세
“자넨 해고야!” 유행어로 인지도
1기 재임 시절 파격적 국수주의
서방 세계와 끊임없이 불화 겪어
혐오·막말·성 추문 등 논란에도
강인한 리더 이미지로 대권 장악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6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이 6일(현지 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의 웨스트팜비치 컨벤션 센터에서 승리 선언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판 ‘금수저’다. 뉴욕에서 부동산업으로 막대한 부를 거둬들인 독일계 이민 가정의 차남으로 태어나 가업을 이어받았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을 졸업한 트럼프는 대를 이어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트럼프가 두각을 나타낸 건 엉뚱하게도 방송과 프로레슬링 등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넨 해고야!’ 등의 유행어를 만들어내며 ‘문제아’ 캐릭터로 전국적인 인지도를 쌓았다.

정치 입문 초기만 해도 트럼프는 주류와는 아무런 연이 없는 아웃사이더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 같은 인지도 덕분에 놀랍게도 2016년 공화당 대선후보로 선출되더니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꺾고 대통령에 당선되는 이변을 연출했다. 당시 대선에서도 막판 트럼프의 막말과 성 추문 논란이 불거지면서 공화당 지도부조차 지지를 철회한 바 있다. 그런데도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고유의 캐치프레이즈를 앞세워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으면서 대권을 잡게 됐다.

대통령 재임 중 트럼프는 감세와 규제 완화 등 친기업적인 정책을 펼쳤다.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국경에 거대한 장벽을 설치하는 등 파격적인 국수주의 행보도 이어갔다. 이 같은 파격은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트럼프는 북한과 대화의 물꼬를 트더니 군사분계선을 넘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역사적인 회담을 진행했다. 실제로 그는 지난 7월 위스콘신주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대선 후보를 수락하며 “나는 김정은과 아주 잘 어울렸고 김정은도 내가 돌아오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며 친분을 과시했다.

그러나 경제와 외교 양면에서 미국 중심의 국수주의 정책을 일관되게 고수했다. 그 결과는 EU 등 서방 세계와는 끊임없는 불화였다. 산업별로, 이슈별로 고무줄처럼 오락가락하는 관세로 한국 등 동맹국을 곤란하게 했다. 백인 주류 사회를 모든 가치관의 기준으로 삼은 국내외 정책으로 트럼프는 세계적인 반발에 직면했다. 이는 고스란히 민주당의 지지로 이어져 2020년 대선에도 공화당 후보로 재선에 도전했지만 현 대통령인 조 바이든에게 고배를 마셨다. 트럼프는 선거 패배 후엔 결과에 승복하지 않았고, 이는 폭도들의 미 의회 의사당 난입이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졌다. 트럼프는 지금까지도 이 의사당 사태를 선동했다는 혐의로 재판 중이다.

그러나 이번 제47대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트럼프는 78세에 취임하는 역대 최고령 대통령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와 동시에 징검다리 집권에 성공한 두 번째 미국 대통령이 된다.

이번 대선 유세에서도 트럼프의 주요 타깃은 백인 남성을 중심으로 한 중산층이다. 불법 이민자 문제와 인플레이션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입맛과 혐오를 자극하는 정책을 종합 선물 세트처럼 포장해서 들고 나왔다.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를 자수성가한 J. D. 밴스 상원의원으로 낙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이제 불법 이민자에 대한 강력한 규제는 트럼프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그는 멕시코가 국경을 넘어오는 불법 이민자를 막지 않으면 취임하자마자 최고 7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상태다. 트럼프의 정치적 가치관을 여실히 드러내는 대목이다. 5일 붉은 모자에 노타이 정장 차림으로 투표를 한 트럼프는 “다들 이번 대선의 핵심 이슈에 대해 인플레이션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최우선 이슈는 국경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범죄자들이 미국에 들어오도록 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트럼프는 유세 기간 성 추문과 개인 사업과 관련된 다양한 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지난 5월에는 전직 대통령으론 처음으로 유죄 판결을 받는 불명예도 뒤집어썼다.

우여곡절 끝에도 트럼프는 이번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로 선출됐다. 종전 민주당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의 경쟁하는 와중에 총기 피격을 당했다. 그러나 현장에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주먹을 쥐었다. 미국을 다시 강하게 만들겠다는 트럼프가 강인한 리더의 이미지를 심는, 이번 미 대선의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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