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시대’를 맞이한 미국에서는 앞선 바이든 정부와 대조된 정책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강한 미국’을 외쳐 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경제 부흥을 노릴 것으로 예상되며 사회 분야에서는 보수적인 태도를 견지할 전망이다. 또한 노벨 평화상 수상을 꿈꾸는 그가 우크라이나전과 중동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을 종식하는 데 많은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규모 감세… 보편 관세로 만회
도널드 트럼프는 후보 시절부터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슬로건으로 동맹보다는 자국 우선, 산업 육성을 통한 경제성장을 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 왔다. 그는 일관되게 전 계층을 아우르는 대규모 감세 방침을 밝혔다. 우선 법인세를 대폭 감소해 기업들의 부담을 줄인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법인세율을 35%에서 21%로 낮추는 등 대규모 감세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는 국내 제조업 기업의 법인세를 15% 낮추겠다는 과감한 공약을 공개했고, 상속세 및 증여세 면세 한도를 상향하겠다고 밝혔다.
이러한 감세로 인한 부담은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모든 국가에서 수입하는 수입품에 대해 최소 10%의 ‘보편 관세’를 부과하는 공약을 내세웠다. 특히 중국산 제품에 한해서는 최소 60%의 관세를 매기고 미국 제조업을 위협하는 자동차에 대해 중국·멕시코산 자동차에 “필요하다면 관세를 200%로 해야 할 것”이라는 엄포를 내놓기도 했다. 트럼프는 이를 통해 미국 기업이 자국으로 돌아오는 리쇼어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과거 대통령 시절 강도 높은 리쇼어링 정책으로 미국 제조업 부흥을 노리기도 했다.
■불법 이민 강경 대응·낙태 정책 촉각
트럼프는 자신의 핵심 지지층인 백인 남성들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 온 만큼 이민·국경 문제에 있어서 강경책을 펼칠 전망이다. 이민과 국경 문제를 미국의 범죄 문제와 연계하는 그는 이민자들이 대거 침입함으로써 범죄와 빈곤, 질병 등이 확산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트럼프는 한 유세에서 “살인으로 유죄 선고를 받은 1만 3000명 이상의 불법 이민자가 국경에서 붙잡힌 뒤 미국으로 유입됐다”며 취임하자마자 미국 역대 최대 규모의 범죄자 추방에 착수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대선에서 민감한 쟁점으로 떠오른 낙태 정책도 지켜볼 대목이다. 대선 승패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급부상하자 트럼프는 신중론을 펼쳤다. 당 정강정책 문구 중 ‘연방 차원의 낙태 금지를 지지한다’는 내용을 삭제하고 “낙태권은 각 주가 결정할 문제”라고 선언했다. 하지만 평소 낙태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해 온 만큼 취임하면 다시 낙태를 금지하거나 엄격하게 제한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러-우크라·중동 전쟁 종전?
2018년 북미 정상회담 등 ‘평화’를 위한 북한과의 외교적 노력을 이유로 노벨 평화상 후보로 추천된 바 있는 트럼프는 현재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 해결에 대한 의지가 강하다. 우선 트럼프는 대선 국면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24시간 내 종결’을 공언해 왔다. 그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과시하며 ‘트럼프식’ 해법을 시사했다.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D밴스 상원의원은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가입 배제에 더해 일명 ‘비무장지대’ 설정과 자치구역 설치 구상을 밝힌 바 있다.
또 트럼프는 중동 사태의 조기 해결을 원하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대통령 취임식(내년 1월 20일) 전까지 전쟁을 끝내라고 주문한 사실이 최근 알려지기도 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