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트 트럼프의 공화당이 ‘붉은 물결’을 일으키며 상원을 장악했다. 4년 만에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한 것이다. 상원을 비롯해 하원마저도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득하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에 한층 추진력을 붙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 공화당은 5일(현지 시간) 대통령 선거와 함께 실시된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과반을 차지해 다수당이 됐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 자리를 탈환한 것은 4년 만으로, 도널드 트럼프의 레드웨이브 효과가 현실화했다는 분석이다. 공화당은 이날 연방의회 선거에서 상원 선거가 진행된 곳 중 네브래스카, 웨스트버지니아, 오하이오주 등에서 승리하며 전체 100석 가운데 최소 51석을 일찌감치 확보했다. 핵심 경합주였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노스캐롤라이나, 플로리다, 오하이오, 조지아 주 등에서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면서 승부처마다 붉은 물결이 일었다.
2년 전 중간선거 이후 상원은 100석 가운데 민주당이 친 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 4명을 포함해 51석(공화당은 49석)을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며 내년 1월부터 상원 다수당이 공화당으로 바뀌게 됐다.
임기 6년의 상원 의원은 하원 의원(임기 2년)과 달리 모든 의원을 한꺼번에 선출하지 않고 2년마다 3분의 1씩 뽑는다. 이에 이번 상원 의원 선거에서는 34명의 의원을 선출했다. 기존 민주당 현역 의원 선거구가 23개, 공화당 현역 의원 선거구가 11개에서 공화당이 민주당 의석을 추가로 탈환하며 다수당에 오른 것이다.
미국의 상원의원은 전체 50개 주에 2명씩 배정돼 총 100명이다. 상원 의원 임기는 6년으로, 2년에 한 번씩 의석 3분의 1이 바뀐다. 상원은 하원의 견제 역할을 하며 정부 측과 함께 국가의 정책 수립을 주 목적으로 한다.
하원은 한국 시간 오후 기준 근소한 차이로 공화당이 유리한 상황이지만, 여전히 백중세다. 지난 선거와 같이 적은 표차로 희비가 갈릴 것으로 전망돼 하원 장악 여부는 수일 더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앞서 지난 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 과반을 놓쳤다. 공화당이 220석(민주당 212석)으로 과반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하원 과반 기준은 435석 중 218석이다. 이날 오후 9시 기준 공화당이 196석, 민주당이 177석을 확보했다.
의석수가 많고 승자 독식이 아닌 지역구 기반인 탓에 여론조사 결과도 엇갈린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공화당 다수당 확률을 53%, 민주당 다수당 확률을 47%로 평가하면서 공화당 승리에 좀 더 무게를 뒀다. 반면 영국 주간 이코노미스트는 다수당을 차지할 확률을 민주당 57%, 공화당 43%로 분석하며 민주당 승리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하원 의원은 상원 견제 역할을 하며 상원에 의해 임명된 고위관리직에 대한 탄핵소추원을 가진다. 특히 세금, 경제 관련 사안에 대한 심의권을 지닌다. 법안을 낼 경우 상원은 하원의, 하원은 상원의 동의가 필요하다. 역할 차이가 있지만 상·하원은 서로 견제와 동시에 보완하는 구조인 셈이다.
만일 공화당이 상원에 이어 하원도 독차지할 경우, 트럼프 2기 동력은 한층 강화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외교협회(CFR)장을 지낸 리처드 하스 CFR 명예회장은 “한 정당에 권력이 집중되는 미국식 의회제도가 탄생할 수 있다”며 “이런 불균형을 완화할 만큼의 강력한 권력 견제장치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번 상하원 선거에서 희비가 엇갈린 인물도 있다. ‘한국 사위’로 언급되는 래리 호건 전 메릴랜드 주지사는 상원 선거에서 낙선했고, 검사 출신으로 트럼프의 탄핵심판을 주도했던 애덤 시프 하원의원은 캘리포니아 상원에 당선됐다. 민주당 거물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도 캘리포니아에서 20선에 성공했다. 미 역사상 최장기간 무소속 의원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버몬트주에서 4선을 달성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