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바다에서 침몰한 129t급 어선 135금성호에서 그물 무게를 이기지 못해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는 증언이 나왔다. 선원 다수를 구한 것으로 파악된 40대 항해사는 실종자 구조를 돕기 위해 바다로 다시 나간 것으로 파악됐다.
8일 오전 제주시 한림읍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침몰한 어선 135금성호에서 항해사 이태영(41) 씨가 동료들을 구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금성호 선단 소속으로 사고 선박 옆쪽 줄잡이 배에 탄 30대 선원 A 씨는 “운반선이 한 차례 어획한 고등어를 가져간 뒤 다른 운반선이 오는 과정에서 사고가 발생했다”며 “당시 운반선과 본선을 연결하는 줄을 잡아주는 작업을 하던 중 선장이 배가 뒤집혔다고 알려왔다”고 했다.
그는 이어 “사고를 인지하고 135금성호에 다가갔을 때는 이미 배가 뒤집어져 선미 프로펠러만 겨우 보이는 상황이었다”며 “프로펠러 쪽에 선원 12명이 매달려 있었고, 구명환 2개를 던져 사다리에 오르는 방식으로 구조를 했다”고 밝혔다.
A 씨는 “135금성호 항해사 이태영 씨가 필사적으로 선원 다수를 구조했고, 구조를 마친 뒤 제일 마지막에 다른 선단선에 올랐다”고 했다. 소방 당국은 이 씨가 한림항에서 간단한 진찰을 받은 뒤 “사고 해역 상황을 잘 알고 있어 동료 구조 작업을 돕겠다”고 말하며 다시 배를 타고 사고 해역으로 나갔다고 밝혔다.
금성호는 그물이 있던 오른쪽으로 기울어지면서 뒤집힌 것으로 파악됐다. 135금성호에서 생존한 60대 선원 B 씨는 “운반선(117금성호)에 어획물 1차 하역을 끝내고, 다른 운반선이 들어오기 전에 그물을 들어 올리는 과정에서 배가 넘어갔다”고 했다. 그는 “그물을 들어 올리는데 그물에 남아 있던 무게를 이기지 못했다”며 “처음엔 서서히 기울어지더니 어느 지점에 다다르자 순식간에 넘어갔다”고 설명했다.
B 씨는 “배가 완전히 뒤집혀 선원 전원이 모두 물에 빠졌다”며 “그때 외국 선원 2명이 뒤집힌 배 위로 올라가 한 명씩 끌어올렸다”고 말했다. 그는 “10여 명이 구조됐는데 2명은 물을 많이 먹어서 그런지 얼마 안 됐는데 심정지가 왔다”고 밝혔다.
당시 실종된 동료 선원들은 망망대해에 떠밀려 간 것으로 추정된다. B 씨는 “망망대해에 장비도 없고 맨몸으로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고 했다. 그는 “조류에, 파도에 (선원들이) 자꾸 멀어졌다”며 배 쪽으로 좀 붙어야 구조할 건데 자꾸만 자꾸만…”이라고 말끝을 흐린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선적인 129t급 선망 어선 135금성호는 8일 오전 4시 33분께 제주 비양도 북서쪽 약 24㎞ 해상에서 침몰 중이라는 신고가 해경에 접수됐다. 금성호 승선원은 출입항관리시스템상 27명으로 확인됐고, 한국인 10명과 외국인 2명은 실종 상태다. 사고 이후 15명이 구조돼 제주 한림항으로 옮겨졌고, 심정지 상태였던 한국인 2명은 사망 판정을 받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