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처리의 미래가 결정되는 협약이 과연 부산에서 성안될 수 있을지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정부간협상위원회 마지막 회의 날짜가 3일 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이 속도대로라면 부산에서 협약이 성안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환경부에 따르면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개최 중인 유엔 플라스틱 협약 제5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5)에서 플라스틱 규제 수준에 대한 각국의 의견 차이로 구체적인 문구 협상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협약 초안 단계에 머물고 있다.
지난 25일 예상보다 빠르게 정부간협상위원회 루이스 바야스 발비디에소 의장(주영국 에콰도르대사)이 제안한 ‘논페이퍼’에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구체적인 협약안을 놓고는 여전히 이견이 좁혀지지 않은 상황이다. 논페이퍼는 77쪽에 달하는 협약 초안을 협약 촉진을 위해 17쪽으로 정리한 일종의 비공식 문서다.
논페이퍼에는 주요 쟁점 중 하나인 화석연료에서 추출한 플라스틱 원료물질인 1차 플라스틱 폴리머와 관련해 ‘전 주기에 걸쳐 지속가능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1차 폴리머 공급을 관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는 문구가 담겼다. 이를 두고 이란,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산유국은 논페이퍼 대신 초안을 가지고 협상하자는 입장으로 대립각을 세웠지만 결국 논페이퍼 기반 협상에 동의했다.
첫 출발은 좋았지만 1주일간의 회의 기간 중 반환점을 돈 28일까지 구체적인 합의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협약 내용을 공식 문서로 작성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이날까지 구체적인 문구가 나와야 법률 초안 작성 그룹에 전달되어야 하지만, 난항을 겪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 잉거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지난 27일 기자회견에서 “내일(28일) 테이블 위에 구체적인 협약 초안을 올려야 한다. 모든 회원국과 참가자들이 이제는 합의를 이루는 데 집중할 것을 요청한다”며 “선의와 속도만 있다면 지금이 바로 그 협정을 추진할 때다”고 강조했다.
만약 부산에서 협약이 무사히 성안된다면 1997년의 교토의정서, 2015년의 파리기후협약에 이은 역사에 남을 다자 협약이 된다. 한국 정부는 협약 성안을 위해 국가별로 이견을 보이는 쟁점에 대해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EPR) 도입이라는 절충안을 제시했다. 플라스틱 생산 감축과 제품 설계 같은 주요 규제에 대한 일반적인 기준과 지침을 마련해 협약의 법적 구속력은 유지하면서, 구체적인 정책은 국가별 자발적인 조치를 통해 설계하도록 자율성을 부여하자는 내용이다.
부산에서 협약이 성안되면 내년 중 열리는 외교회의에서 협약이 체결된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