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넘게 묶여 있던 부산 산복도로 고도 제한이 대폭 완화되면서 원도심 주민과 정치권이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슬럼화로 벼랑 끝에 몰린 원도심의 재생을 촉진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고도 제한의 ‘전면 해제’를 요구해 오던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 등 일각에서는 부산시의 입장 변화는 반기면서도 내용상 큰 진전이 없다는 불만도 있어서 향후 추가적인 반발도 예상된다.
부산시는 2030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을 내달 3일까지 공개하고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친다고 지난 10일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 부산시는 1차 도시관리계획 재정비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속적인 고도 제한 폐지 요구에도 별다른 완화 내용을 담지 않은 재정비안은 곧바로 원도심의 반발에 직면했다. 지난해 10월 동구의회를 시작으로 원도심 기초의회와 구청장의 비판 성명이 이어졌다. 선출직 국회의원까지 나서 부산시에 대한 지속적인 압박을 거듭했다.
이 같은 원도심의 움직임은 북항 재개발이 본격화되면서 불거진 형평성 논란이 원인이다. 북항 2단계 구역 내에 60층이 넘는 초고층 건물이 잇따라 건립되면서 해안 2선에서 바다 조망을 이유로 재산권이 묶여 있던 원도심 주민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원도심은 반백년 재산권 행사를 제한받아 슬럼화 됐는데, 뒤늦게 등장한 사업을 시작한 북항에서는 규제 취지를 퇴색시키는 건물이 지어진 탓이다.
원도심 정치권의 반발에 부산시는 고도 제한을 크게 완화하는 변경안을 내놓았다. 당초 고도 제한을 존치하기로 했던 서구 부민지구, 중구 영주지구 등은 민간업자가 정비 사업을 제안하면 이와 연계해 고도 제한 완화를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간 지자체와 기초의회와 연대해 부산시를 압박해 온 선출직 의원들은 재정비안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동구와 서구의회와 함께 주도적으로 문제 제기를 해온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은 “원도심 주민들의 생활권과 재산권을 악화시키고, 원도심 인구 소멸 원인으로도 작용했던 고도 제한이 사실상 폐지된 것을 환영한다”라며 “함께 나서 준 지역 주민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중구의 국민의힘 조승환 의원 역시 어떠한 가치도 주민 생존에 반한다면 목적도, 정당성도 없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50여 년 전 공권력이 밀어붙이기 식으로 정한 고도 제한으로 원도심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는데 이제라도 이를 풀 수 있는 계기가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원도심 구청장들이 중심이 된 산복도로 협의체는 주민 의견을 청취하며 동향을 주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부산시의 입장 변화는 반기지만 산복도로 일대에 추가적인 관리 방안 마련 등을 예고해 규제가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이유다.
원도심 산복도로 협의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진홍 동구청장은 “고도 제한을 완화하면 난개발이 우려된다는 게 부산시 주장인데, 주거환경개선지구에 걸쳐 있어 이는 기우에 불과하다”면서 “언제까지 규제를 폐지하겠다는 기약도 없고, 그때그때 민간 사업에 맞춰 탄력적으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건 상황 따라 안할 수도 있다는 의미여서 이를 온전히 받아들이기는 힘들다”고 지적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