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집 앞에 ‘전남친순대’가 왔다

입력 : 2025-01-13 18: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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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병진 디지털총괄부장

순대 푸드트럭 입소문 타고 인기
성심당 영업이익 프랜차이즈 넘겨
빠른 트렌드 변화 속 특색이 중요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 기회

“집 앞에 ‘전남친순대’가 온대.”

‘전남친’이란 단어를 듣고 훅 올라올 뻔했지만 뒤에 순대라는 말이 붙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하지만 안도감도 잠시 아내의 카톡에서 기대감이 느껴졌다. 기대감은 분명 심부름으로 이어질 것이 뻔하다. 순대가 무엇이 특별한 것이 있다고 이렇게 호들갑인 건지는 모르겠지만 ‘순대쯤이야 그냥 사 오면 되지’란 생각에 전남친순대를 맞이하러 갔다. 그냥 슬리퍼를 신고 가서 순대를 들고 오면 될 줄 알았던 내 생각은 틀렸다. 푸드트럭 전남친순대 앞에는 20명도 넘는 이들이 줄을 서 있었고 전남친순대를 획득하는 건 1시간 이상이 걸리는 고된 일이었다. 슬리퍼 때문에 얼어가는 발을 꼼지락거리며 버텼지만 그마저도 먹고 싶던 ‘내장 모음’은 30분 이상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포기했다.


전남친순대는 부울경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푸드트럭으로 전남친처럼 잊을 수 없는 맛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현재는 0호차에서 14호차까지 있다. 판매하는 장소는 인스타그램에 낮 12시에 공지된다. 사려는 사람이 워낙 많아 1인당 1팩밖에 사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남친순대의 인기는 최근 인스타에서 사그라들 줄을 모른다. 전남친순대의 15호차가 되려는 이들도 많은지 DM 문의도 빠르게 답하지 못해 죄송하다라는 게시물이 있을 정도다.

프랜차이즈 제빵업체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예전에는 유명 프랜차이즈 빵집은 폐업이 없어 ‘프랜차이즈의 귀족’이라고 불렸다. 하지만 최근 상황은 다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전 성심당을 운영하는 ‘로쏘’의 2023년 매출은 1243억 1543만 원으로 전년 대비 52.1% 늘었다. 지역 빵집 매출액이 1000억 원을 넘은 건 성심당이 처음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104.5% 늘어난 315억 원을 기록했다. 반면 대규모 프랜차이즈 빵집들의 성적은 처참하다. 영업이익이 성심당의 3분의 2 수준에 머물렀다. 성심당이 1956년부터 68년간 대전에서만 매장을 운영해 왔고 현재 은행동 본점, 대전역, 롯데백화점 대전점 등 6곳에서만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성적은 더 충격적이다.

전문가들은 특색있는 제품들이 시장에서 먹히고 있다고 본다. 성심당은 튀김소보루와 부추빵, 전남친순대는 항아리에서 찌는 토종 순대라는 확실한 에이스 메뉴가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에게 플러스 알파를 제공하면 할수록 인기는 더 올라간다. 성심당은 전통의 메뉴인 튀김소보루와 부추빵에 딸기시루을 더해 오픈런도 있다. 전남친순대도 토종 순대에 내장 모음이라는 플러스 알파를 더해 매출을 늘린다.

한때 프랜차이즈 사업은 규모의 경제로 비용을 아끼고 품질을 균등하게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손님이 몰렸다. 하지만 최근 소비 트렌드는 너무 빠르다. 불과 몇 년 만에 마라탕에서 탕후루로 유행이 넘어갔고 이마저도 어느새 두바이 초콜릿으로 바뀌었다. 최근에는 두바이 초콜릿도 서서히 시들해지며 요아정(요거트 아이스크림 브랜드)까지 이어진다. 한때 SNS 숏폼에서 “선배 탕후루 사주세요”로 이어지는 탕후루 챌린지가 유행이었다. 불과 몇 달 전 “마라탕탕후루후루 지나고 두바이 바이바이야”로 바뀐 챌린지가 유행하더니 이마저도 벌써 시들하다. 빵 만해도 마찬가지다. 한 때 소금빵, 크로플(크로아상+와플), 크림베이글 등으로 빠르게 유행이 지나가고 있다. 인건비, 마케팅비, 물류비의 규모의 경제가 오히려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오히려 소규모 매장들은 실패하더라도 위험이 적어 트렌드 적응에 유리하다는 말이 납득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에게는 좋은 환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한다. 부산시와 부산경제진흥원은 지난해 12월 17일부터 24일까지 부산 수영구 남천동 도모헌에서 ‘2024 부산 청년 로컬페스타’를 열었다. 부산바다샌드·부산바다카라멜을 만든 (주)부바, 루이보스차·콤부차·미역 비누 등을 선보이는 루이코리아, 지역 기념품과 커피빈 손 비누 등을 판매하는 코스마일 코퍼레이션, ‘명란삼남매’ 굿즈·명란아몬드 등을 출시한 타이밍어스&머거본, ‘광안밤’ 막걸리를 만든 꿀꺽하우스, 맥주 ‘막나른’을 만든 주든, 광안리 카페 겸 바 썽쑤씨 등이 참여했는데 지역민은 물론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부산은 관광이 산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그만큼 특색있는 지역 아이템 개발이 중요하다. 2025년 대전의 성심당을 이을 지역 로컬 크리에이터들의 선전을 응원해 본다. “마라탕탕후루 지나고 두바이 바이바이야를 했지만 여전히 너를 못 잊어 부산바다샌드” 쇼트폼을 보고 ‘좋아요’를 누를 날이 기대된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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