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서면의 잘나가는 고깃집 사장이었던 김 모(52) 씨는 “최근 1~2년간 임대료가 동결되기는 했지만, 원체 많은 돈을 임대료나 대출 이자로 내다 보니 어지간한 매출로는 내 인건비를 남기기도 어려웠다”며 “한때 웨이팅이 있을 정도로 장사가 잘됐지만 결국 폐업을 결정했다. 임대료 하락이 경기 침체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다면 자영업자들은 계속해서 폐업으로 내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전통적인 상권인 서면이나 전포카페거리, 연산교차로 등의 상가가 경기 침체에다 높은 임대료를 견뎌내지 못하고 공실이 늘어나고 있다. 부산지역 오피스 용도 부동산 5곳 중 1곳은 공실로 방치되면서 공실률이 전국 평균의 배를 넘었다.
3일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4분기 상업용 부동산 임대 동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 오피스 공실률은 18.1%로 전년보다 1%포인트(P) 상승했다. 이는 전국 평균 오피스 공실률 8.9%를 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서울의 공실률은 5.6%, 경기도는 5.1%, 대구는 10.4% 등으로 조사되면서 부산과 대조를 이뤘다.
이는 투자 수익률의 감소로 직결된다. 지난해 부산지역 오피스 연간 투자 수익률은 3.6%로 전국 평균(6.3%)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해운대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부산에서 제일 괜찮은 지역이라고 손꼽는 센텀시티나 마린시티에도 오피스 공실이 크게 늘었다”며 “지역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는 기업이 줄고, 부산에 지사를 두는 대기업도 감소하면서 수요는 쪼그라드는데 공급은 과잉”이라고 말했다.
부산지역 상가 공실률도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부산의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14.2%로 전국 평균인 13%를 상회했고, 소규모 상가 역시 공실률이 7.4%로 전국 평균(6.7%)보다 높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권리금이 있는 부산지역 상가는 전체의 64.3%로 전년 대비 1.6%P 줄었다. 임대료도 전반적으로 내렸다. 오피스의 경우 ㎡당 7100원으로 전년보다 0.9% 감소했고, 중대형 상가는 ㎡당 3만 100원으로 0.1% 하락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부산의 전통적인 상권 중 하나로 손꼽혔던 연산교차로 인근 상권의 임대료가 0.6% 하락했다. 서면·전포도 0.4% 내렸고 정관신도시(0.3%)와 해운대(0.1%)도 임대료가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 관계자는 “부산의 경우 경기 불황에 따른 장기 공실 해소를 위해 임대료가 하향 조정되면서 대부분의 상권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상승 상권이었던 서면과 전포카페거리, 해운대는 높은 임대료에 대한 피로감과 경기 침체의 여파로 임대료가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임대료나 권리금이 하락세를 타고 있다고는 하나 여전히 전국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중대형·소규모 상가 임대료와 상가의 ㎡당 권리금은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부동산서베이 이영래 대표는 “골목 귀퉁이에서 시작된 상가 공실이 불경기와 물가 상승, 소비 패턴의 변화 등을 타고 마치 도미노처럼 메인 상권으로 파고 들고 있다”며 “지역 경제의 침체 장기화가 꺾이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상가나 오피스의 공실 추세는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