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과 웹 3.0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이에 따라 코인과 토큰은 주요 투자 대상으로 떠오르며 대규모 자본이 유입됐다. 코인을 거래할 수 있는 거래소가 생겨나면서 블록체인 기업이나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하는 프로젝트들은 주식 대신 코인 발행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신기술을 일찍 접한 젊은 투자자들이 열광했고,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전 세계가 디지털 자산에 눈뜨게 되었다.
하지만 블록체인에 대한 거품이 꺼지면서 부작용이 발생했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제 도입이 요구되었다. 폰지 사기와 같은 극악무도한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며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의 호소도 이어졌다. 이에 각국 정부가 적극 개입하면서 강력한 규제를 시행했다. 그런데도 천문학적인 자금이 코인 거래에 유입되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는 최근 일일 거래량이 주식시장을 초과하는 상황까지 생겼다.
투자를 강요받거나 누군가에 의해 등 떠밀리지 않는 한 투자로 인한 모든 책임은 투자자 자신에게 있다. 이제는 코인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자산을 단순히 실체가 없다거나 사기적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는 경제적 현상이며 거대한 흐름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가 됐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의 이익을 극대화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 관점에서 2025년에는 디지털 자산과 관련해 어떤 그림이 그려질지 예상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는 스테이블 코인이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을 확장해 나가는 한편 실물 자산을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으로 변환시키는 작업, 즉 자산 토큰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이 24시간 국경 없는 거래와 더욱 효율적인 거래를 위해 발전해 왔는데 이런 흐름에서 스테이블 코인과 토큰화는 그동안의 난제들을 해결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 분야에서 적극 채택돼 전통 금융시장에 디지털 자산을 융합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전통 금융시장에서 그러했듯이,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도 보다 정교한 규제가 생겨나고 ‘거래-청산-결제’ 과정에 참여하는 각 주체의 기능이 분화되고 전문화될 것이다. 일본은 스테이블 코인을 위한 규제를 이미 마련해 시행하고 있고 유럽은 MiCA(가상자산시장 규제안)를 도입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토큰증권과 관련된 법률 개정을 준비 중이고 가상자산 2단계 법안도 논의 중이다. 현재 주식시장만 보더라도 거래가 일어나는 거래소 외에도 증권사, 예탁결제원, 은행 등이 각자의 역할을 나눠 수행하고 있듯이 거래소에 집중돼 있던 기능들이 커스터디 등으로 옮겨가게 될 것이다. 즉, 2025년은 디지털 자산이 전통 금융시장에 본격적으로 편입되는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 시장에서도 법인의 디지털 자산 투자가 허용될 전망이다. 사실 디지털 자산 투자를 제한하는 법률은 없지만, 금융당국의 보이지 않는 규제로 기관투자자가 시장에 진입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로 인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개인들만 디지털 자산 투자가 가능한 기이한 모습을 띠게 되었고 ‘김치 프리미엄’과 같은 시장 왜곡을 가져오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단계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진입이 허용되면서 전문가를 통한 투자가 가능해져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리스크 관리 등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또한 디지털 자산을 기반으로 한 현물 ETF와 같은 새로운 상품 출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외에서는 현물 ETF뿐만 아니라 선물, 옵션, 지수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이 출시되었고, 국내 투자자들도 상당한 규모로 해외 업체를 통해 투자하고 있다. 이 때문에 현물 ETF 허용은 오히려 뒤늦은 조치로 여겨지며 국내 증권사들은 이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증권사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들도 디지털 자산 시장으로 보폭을 확대할 것이다. 결국 국내에서도 디지털 자산의 금융시장 진입이 가속화되고 투자자 확대와 상품 다양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부산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 등 관련 분야를 담당하는 부산시 과장급 실무자가 바뀌어 추진력이 저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부산·경남 기반의 은행이나 금융기관도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디지털 자산 거래는 정부기관, 관공서, 학교, 비영리법인 등에서 이미 허용돼 있다. 부산시는 부산에 본사를 둔 공기업을 비롯해 법원, 검찰, 세무서 등 관공서에도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요청하고 협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부산이 금융 중심지, 나아가 허브도시로 성장하는 데 이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특별법이 제정되어도 상황이 달라질 것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