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가 영하의 날씨처럼 얼어붙었다. 지난해 11월까지 소매판매가 2003년 ‘신용카드 대란’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경기 흐름을 파악하는 대표적인 내수 지표인 소매판매액 지수는 21년 만의 최대 하락폭으로 집계됐다. 심각한 점은 당장 먹을 음식료품 등 비내구재부터 의복 등 준내구재, 자동차·가전 등 내구재까지 모든 소비가 일제히 줄었다는 것이다. 소비재 전 품목이 2023년에 이어 2년 연속 감소한 것은 통계청이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후 처음이다. 경기의 버팀목인 내수마저 흔들리면서 서민 경제는 벼랑 끝으로 내몰릴 위기에 놓였다. 내수 부진과 불황이 길어지자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 버티지 못하고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상가마다 임대 표시가 나붙는 상황이다.
이런 소비 절벽 지표는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의 영향은 반영조차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회복 조짐을 보이던 소비 심리가 계엄 사태 이후 불씨마저 꺼지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계엄 사태 이후 단 한 달간 소비자 심리가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3개월간보다 더 얼어붙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기업심리지수 하락폭도 박 전 대통령 때보다 지금이 더 가파르다. 계엄과 탄핵 정국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서민과 기업이 모두 지갑을 닫아버린 셈이다. 소비와 투자 심리가 살아나야 서비스·유통·제조업에 숨통이 트이고 바닥 경제에도 온기가 전해질 수 있다.
이 와중에 물가만 고공 상승해 내수 부진을 심화시키고 있다. 설을 보름여 앞두고, 차례상 가격이 역대 최고치인 ‘40만 원’으로 올랐다고 한다. 이상기후 여파로 인한 농산물 생육이 부진했고, 환율 급등으로 농수산물과 석유류 등 수입 물가가 상승한 탓이다. 장 보기가 무서울 정도이다. 도시락, 떡볶이, 햄버거, 김밥은 물론이고, 가성비 좋은 구내식당도 4년 연속 4% 이상 오르는 등 ‘외식·런치·케이크플레이션’과 같은 신조어마저 쏟아질 정도이다. 고물가는 가뜩이나 얼어붙은 소비 심리를 위축시키고 서민과 취약 계층의 삶을 더욱 팍팍하게 한다.
정부는 무엇보다 당장의 위기 상황을 넘기는 것이 급선무다. 설 연휴 임시공휴일 지정과 예산 상반기 조기 집행 등의 노력도 했지만, 위기 극복에는 역부족이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임박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1500원 선을 넘을 것이란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넋 놓고 당하는 사태만은 막아야 한다. 정부와 여야 정치권은 민생 경제를 살리기 위해 추가경정예산 편성·금리 인하 등 동원 가능한 내수 진작 수단을 모두 가동해야 한다. 여야정이 중지를 모아 물가와 내수, 민생 안정의 해결책을 찾기를 바란다. 여야정은 어떠한 경우라도 민생과 경제가 최우선이란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