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해 가덕신공항 건설의 보상비로 편성한 예산 3224억 원이 전액 ‘이월’됐다. 토지보상을 위한 감정평가 등의 절차가 완료되지 않은 탓이다. 보상 업무를 위탁받은 부산시에 따르면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실제 보상이 완료되는 시점은 올해 연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보상을 둘러싼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가덕신공항 건설을 위한 보상업무는 부산시와 경남도가 대행한다. 정부는 2023년 6월 부산시, 경남도와 가덕신공항 보상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보상업무는 지역 사정을 잘 아는 관할 지자체인 부산시와 경남도에서 위탁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위탁기관인 국토부가 필요 예산을 확보하고, 수탁기관인 부산시와 경남도는 관할 행정구역 내 토지와 어업보상업무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부산시·경남도와 협약 체결을 통해 신속한 사업 추진을 위한 보상업무체계가 마련됐다”고 강조했다. 박형준 부산시장도 “신속하고 원활한 보상 추진을 위해 우리 시에서 직접 보상을 수행하기로 국토부와 협약을 체결했다”면서 “공항 건설 예정지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재정착 지원 방안도 충실히 마련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권도 ‘조기 보상’을 위해 가덕신공한건설특별법을 개정하는 등 입법 지원에 나선 바 있다.
그러나 가덕신공항 보상은 ‘조기 완료’가 아닌 ‘지연’ 가능성이 높다. 부산시 등에 따르면 토지보상을 위한 현장 조사는 지난해까지 종료되지 못했다. 보상액 산정을 위한 감정평가 역시 아직 진행 중인 상태다. 부산시 등은 감정평가를 올해 상반기 중으로 완료할 계획이지만 평가 결과를 주민들이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토지 소유자의 이의 제기에 따른 국토부 중앙토지수용위원회(중토위) 수용재결 등 절차가 뒤따를 전망이다. 중토위의 수용재결 결정과 재결 보상금 지급은 빨라야 올해 하반기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가덕신공항 건설과 관련된 주민 갈등은 ‘이주 대책’에서도 폭발할 가능성이 높다. 주민 이주 대책 용역 최종보고서가 조만간 제출될 예정이다. 사업시행자인 가덕신공항건설공단은 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주민들과 이주대책 협상에 나선다. 그러나 대규모 토목 사업에서 반복적으로 이주대책 갈등이 불거지고 있어 가덕신공항 건설 사업에서도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토지 보상과 관련, 주민들은 이주단지 조성 및 지구단위계획 변경, 이주정착비·생활안정자금 지급, 마을발전기금 지급, 주차장 부지 무상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항 내 직업 알선, 지역 주민 우선 채용 등도 요구하고 있다. 어업보상에서도 갈등 요소가 많다. 어업인들은 어업허가당 100평의 근린생활시설 지원 등의 생계대책과 함께 어촌뉴딜 300사업 미운영에 따른 특별위로금(100억 원), 숭어들망 허가어업 소멸보상 특별위로금(150억 원) 등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시는 당초 2024년 연말 가덕신공항 건설공사 착공을 예고했다. 60개월로 예정된 건설 공사를 마치면 2029년 개항이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토지보상 문제 등으로 착공이 2025년 연말로 지연되면 공사가 예정대로 60개월 만에 끝난다고 해도 2030년 연말에나 개항이 가능하다. 그러나 첫 단계부터 갈등 요인이 쌓여가는 가덕신공항 건설이 60개월 만에 끝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항공업계의 분석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