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에 이어 유럽연합(EU) 등에도 ‘관세 폭탄’을 떨어뜨릴 태세다. 상대국들이 즉각 반발하며 보복 대응을 천명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방아쇠를 당긴 글로벌 무역 전쟁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2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캐나다·멕시코·중국에 대한 전면적 보편 관세 부과의 이유로 재차 무역수지 불균형, 불법 이민 및 마약 유입 문제를 언급한 뒤 “미국은 사실상 전 세계의 거의 모든 국가로부터 갈취(ripped off) 당해 왔다”며 “우리는 거의 모든 국가와의 무역에서 적자를 보고 있는데 이를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 부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이어 “우리는 관세를 부과했으며 그들(멕시코, 캐나다)은 우리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며 “나는 그들이 (관세를) 낼 것으로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관세 부과에 앞서 3일 오전 캐나다, 멕시코 정상과 통화할 예정이라며 협상의 여지가 없지 않음을 시사하면서도 “나는 엄청나게 드라마틱한 것을 기대하지는 않는다”라고 관세 부과 방침 변화 가능성은 낮게 봤다.
특히 그는 “우리는 수년간 모든 사람을 도와 왔으나 나는 사람들이 그것을 고마워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가령) 의약품이나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면, 다른 나라가 우리보다 훨씬 싸다. 우리는 더는 이를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EU에 대해 “(미국이) 3500억 달러(513조 원) 적자다. 그래서 분명히 무엇인가 해야 한다”라며 다음 관세 부과 지역이 EU가 될 것임을 사실상 예고했다. 그는 부과 시점을 묻자 “시간표(timeline)가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지만, 그것은 매우 곧(pretty soon)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말 관세 조치와 관련해 지역적으로 EU에, 산업 부문별로는 반도체, 철강, 알루미늄, 구리, 석유, 가스 등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4일부터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중국에 10%의 관세를 전면적으로 부과키로 결정했다. 이에 대응해 캐나다는 미국 제품에 대해 25%의 맞대응 관세를 부과키로 했으며 중국은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와 반격 조치 등 대응 방침을 밝혔다. 멕시코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이 3일 기자회견으로 이른바 플랜B(대미 보복관세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