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 교통카드 시스템 사업자 경쟁에 나섰던 티머니 컨소시엄이 사업자 선정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며 계약체결을 중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해 파장이 일고 있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된 사업자 측이 기존에는 받지 않았던 데이터처리 수수료 명목으로 추가 수수료를 제시해 전체 수수료율이 더 높아지는 점을 문제 삼았다.
이 사업자가 부산시 교통카드 사업자로 선정돼 계약을 하게 되면 향후 10년간 교통카드 결제시스템의 운영을 맡게 되는 만큼, 수수료율 0.1~0.3% 차이에도 많게는 백 억 원대의 비용을 부산시가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1.5% 수수료율 알고보니 1.8%
지난달 31일 부산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낸 티머니 컨소시엄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발표 후 (주)마이비가 사업자로서는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인 1.5%의 수수료율을 제안했다는 사실을 알았고, 평가위원들이 티머니(1.8%)와 마이비(1.5%) 간 수수료 차이를 결정적인 요소로 고려한 것으로 보여 결과에 깨끗이 승복했다”고 밝혔다.
마이비가 제안한 수수료 1.5%는 경쟁사들에 비해 확연히 낮은 수수료율이다. 또 마이비가 27년여간 받아온 수수료율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그동안 마이비는 선불 교통카드의 경우 버스·도시철도 2.1%, 후불카드의 경우 버스 2.0%, 도시철도 1.8%를 받아왔다.
특히 부산시가 지난해 11월 사업자 입찰 제안을 하며 “수수료율 결정 시 교통 운영 기관이 부담하는 수수료율은 현행보다 동등 또는 낮게 설정하여야 한다”고 못박은 만큼, 수수료율은 입찰 참가자에게나 평가위원들에게나 심사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하지만 마이비측이 교통카드 수수료와 별개로 데이터처리 수수료를 추가로 받으려 한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상황이 반전됐다. 데이터처리 수수료란 환승 할인, 어린이 무료 요금 등 무임 처리 금액에 대한 데이터 수수료를 말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부산 도시철도의 이용 데이터를 기준으로 마이비와 티머니의 실질 수수료율을 추산해보면, 환승 할인, 무료 승차 등에 데이터처리 수수료 1.5%가 더해진 마이비의 경우 실질 수수료가 1.8%까지 올라가고 데이터처리 수수료가 없는 티머니의 경우 1.76%로 오히려 더 낮아진다. 버스, 마을버스까지 합산해서 추산해도 티머니가 1.78%로 마이비 1.8%보다 낮다.
도시철도 이용만 놓고 봐도 데이터처리 수수료로만 연간 8억 4000여 만 원, 10년간 84억 원가량을 마이비가 추가로 가져가는 구조다.
교통업계에서는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후 “마이비의 ‘눈 가리고 아웅 식’ 꼼수에 부산시가 놀아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기존 사업자인 마이비가 별도의 데이터처리 수수료를 책정할 이유가 없음에도 기존 수수료 방식과 다른 새로운 수수료 항목을 신설한 것은 기본 수수료율을 획기적으로 인하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려 한 꼼수로 보인다는 것이다.
평가위원들이 데이터처리 수수료율 추가로 전체 수수료율이 얼마나 더 올라가는지에 대한 산술적 판단을 제대로 못했을 것이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교통업계의 한 전문가는 “비전문가 평가위원 상당수가 몰랐을 가능성이 큰 만큼 부산시가 데이터처리 수수료율의 의미와 영향에 대해 설명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평가위원 선정 공정성 논란도
티머니 컨소시엄측은 기피 신청을 했던 한 지자체 교통 관련 공무원을 이번 공모의 평가위원장으로 앉힌 데 대해서도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또 평가위원 공모에 응한 인원이 200명가량임에도 이 중 부산시가 자의적으로 87명의 후보만 선정해 제안사별로 8명씩 뽑도록 한 것도 평가위원 구성에 있어 절차적 공정성을 훼손시켰다고 주장했다.
부산시는 “업체가 평가위원 기피 신청을 한다고 다 받아주는 것이 아니라 시 내부 기준에 따라 받아들일지 여부를 결정한다”면서 “협상에 관한 자세한 내용을 밝히기는 힘들지만 데이터처리 수수료를 없애거나 낮추는 방안을 놓고 마이비와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 법원의 판단에 따라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