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독감 유행에 병원도 화장장도 북새통

입력 : 2025-02-05 20: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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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구준엽 아내 대만 배우 사망
당뇨 등 기저질환 중 감염 치명적
지난달 영락공원 화장 건수 초과
여전히 유행 기준 넘어 ‘경각심’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지난달 평균 7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전 부산의 한 병원 외래 창구 앞이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독감) 환자가 지난달 평균 7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오전 부산의 한 병원 외래 창구 앞이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독감 유행이 심상치 않다. 외래 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환자가 99.8명이었던 1월 첫 주보다는 많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지난달 마지막 주, 여전히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인 1000명당 8.6명을 훌쩍 넘는 36.5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최근 가수 구준엽의 아내이자 대만 배우 쉬시위안(서희원)이 독감에 걸린 뒤 폐렴으로 숨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경각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5일 오전 10시 부산 연제구 연산동 한 의원은 독감 예방접종을 하려는 시민으로 붐볐다. 병원을 찾은 직장인 이 모(28) 씨는 “요즘 독감 얘기를 하면 10명 중 5~6명은 이미 한 차례 크게 고생했다거나 감기 기운이 있다고 하니 유행이 쉽게 가시지 않는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연예인의 독감 사망 소식에 더해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도 예방접종 행렬에 영향을 미쳤다. 이 병원 간호사 A 씨는 “환자가 급증했는데 독감으로 고생하다 숨졌다는 이야기가 퍼지니 경각심에 서둘러 예방접종을 하러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취재진이 또 다른 연산동 의원에 독감 접종을 문의하자 “현재는 약이 다 떨어져 독감 예방접종은 하지 않고 있다”는 답을 들을 정도였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독감 유행은 정점을 찍었다가 한풀 꺾였다. 1월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환자는 1주 차에 99.8명에서 2주 차 86.1명, 4주 차 36.5명으로 줄어들었다. 인플루엔자 유행 기준인 1000명당 8명에 비교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추이다.

동아대병원 가정의학과 한성호 교수는 “유행이 꺾였다고 해서 유행의 단계가 평년 수준으로 돌아왔다는 뜻이 아니다. 여전히 평년의 몇 배가 넘는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초기처럼 독감으로 인한 사망자가 많이 발생했고 특히 고혈압, 당뇨 등 기저질환이 있는데 독감에 걸리면 치명적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20~26일 부산영락공원 화장 건수는 629건으로 지난해 평균 490건보다 약 28% 더 많았다. 화장장을 찾지 못한 유족들은 불가피하게 4~5일장을 치르거나 다른 지역으로 ‘화장 원정’을 떠나는 경우가 많았다. 지역 의료계는 최근 상황이 나아졌지만, 여전히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 온종합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지난달까지 약 한 달간 독감 입원환자는 110명으로, 설 연휴 기간 임시로 독감 격리 병동을 운영했다. 온종합병원 관계자는 “설 연휴가 지나고 독감 입원환자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추이를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감 외에도 다른 호흡기 감염병도 여전히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는 증가 추세가 이어져 과거 같은 기간과 비교해 높은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다. 사람 메타뉴모바이러스 입원환자는 1월 2주 차 207명에서 2주 연속 증가, 4주 차에는 254명으로 늘어났다. 지난해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이 시작된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도 1월 4주 차 113명으로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동아대병원 한 교수는 “독감을 쉽게 생각하지만 젊고 기저질환이 없어도 합병증으로 사망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다”며 “지금이라도 독감 예방접종을 해도 늦지 않다. 만약 독감에 걸렸을 경우 5일 이내로 항바이러스 치료제를 먹고 치료를 빨리 받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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